칠순을 훌쩍 넘긴 박모 할머니는 요즘 틈만 나면 성경책을 읽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박 할머니는 최근 백내장 수술을 받은 후 돋보기를 벗고도 가까운 거리의 작은 글씨도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수년 전 생긴 백내장으로 사물이 뿌옇게 보이고 시력이 떨어져 돋보기가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했었다.

시야가 좁아져 밤에 마실 다니는 것은 불가능했고 즐겨 하던 뜨개질은 꿈도 못 꿨었다. 그런데 이 모든 문제가 한번의 수술로 해결이 된 것.

백내장은 카메라 렌즈에 해당하는 눈 속의 수정체에 단백질이 끼어 혼탁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50대 성인 50%이상에서 발병하며 방치할 경우 실명에 이르는 무서운 질환.

하지만 요즘은 치료만 받으면 다시 뚜렷하고 깨끗한 시야를 회복할 수 있는 질환이기도하다.
백내장은 혼탁해진 수정체 대신 깨끗한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면 사실상 치료가 끝난다. 그간 수술법도 진화해 째는 길이도 10mm에서 2~3mm로 줄었고, 이 때문에 출혈과 통증도 줄었고 봉합을 할 필요가 없어 입원 없이 당일 퇴원도 가능하게 됐다. 또 과거 백내장 수술 후 동반되기도 했던 안구건조증도 해결됐다.

이처럼 박 할머니가 밝은 세상을 영위하고 있는 것은 군이 한국실명예방재단과 손잡고 추진하고 있는 노인 눈 검진 및 개안사업 덕분.

9월 20일 노인 무료 眼 검진이 실시된 남면 구. 인암보건진료소에는 그동안 눈 때문에 고통을 받아왔던 주민들이 대거 몰려 장사진을 방불케 했다.

이들이 가장 먼저 접한 것은 보건소 방문건강관리 직원들의 문진.

“안녕하세요. 어르신 현재 드시는 약 있으세요, 관절약이나 혈압약. 당뇨약이요”
“없어”
“혹시 안과 검진을 받으신 적 있으세요”
대다수 노인들이 “없다”고 답한다.

상세하면서 친절한 문진을 거친 주민들은 접수서를 들고 시력 테스트에 나섰다.
“자. 한쪽 눈을 가리시고 여기를 한번 봐 주세요”
“3, 나비, 자동차, 그.....”
“반대쪽으로 바꿔 주시고 보이세요”
안 보인다고 대답하는 이들이 태반을 이룬다.

기초 테스트를 거친 이들이 다다른 곳은 안과 전문의가 정밀 검진 기계를 통해 눈을 진단하는 곳.
걱정 반, 기대 반 떨리는 마음으로 전문의의 지시에 따른 이들에게 처방이 내려졌다.
“어르신은 연세에 비해 시력이 대단히 좋으신 편입니다. 단지 노화에 따른 노안이 진행되고 있어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좋으실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는 돋보기만 써도 돼요. 눈이 가려우시면 손으로 비비지 마세요. 안구 건조가 원인 일수도 있으니 안약을 드릴 테니 하루에 3회 사용한 후에는 반드시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셔야 됩니다”
순간적으로 노인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피어난다.

“젊으셨을 때 눈이 좋으셨죠. 그러나 현재는 양쪽에 백내장 장후가 있다. 아직 초반이므로 약물요법으로 치료를 한 후 6개월 후에도 호전 되지 않을 때에는 수술 여부를 결정 하겠습니다”
일순간 칠순 노인의 눈에 근심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이를 지켜보던 남면 보건지소 관계자가 “할아버지 백내장은 병이 아니예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으로 사람이 태어나 홍역을 치르는 것처럼 저나 의사 선생님도 나이가 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니까 걱정 붙들어 매자”고 노인에게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 준다.

“할머니 그동안 불편 하셨겠네요. 눈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이대로 방치하면 실명을 하게 됩니다. 오늘은 검사만 하고 11월경에 수술을 하실 수 있도록 연락 드리겠습니다”
“신문도 보고, TV시청 하는데도 문제가 없고 마을 노인들과 함께 밤을 새워 고스톱을 쳐도 불편한 것이 없었는데 백내장이라고 하니 당황스럽고 무서워”

이를 지켜본 보건소 직원이 할머니의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소방수로 나섰다.
“할머니. 지금까지는 모르고 사셨지만 이제 검사를 했으니 염려 안해도 돼요. 요즘 수술은 간단해서 그날 퇴원할 정도이고 군에서 수술비도 지원해 드리니까 이번 기회에 수술하는 것이 좋아요”
“이 나이 되도록 병원이라고는 가본 적이 없는데....”
“하루를 살아도 밝게 사는 것이 할머니에게도 좋고 자식들에게 짐을 주지 않는 것이예요. 걱정하지 마시고 기다리시면 좋은 세상이 다시 펼쳐질 것입니다”
한동안 우울해 있던 주름진 할머니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피어난다.

딸기 모종 정식 시기가 겹쳐 오전에 집중됐던 주민들의 발길이 뜸해 지자 의료진들이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한국실명재단 관계자는 “요즘은 의학이 나날이 발전해 고혈압을 눈에서 발견합니다. 실제로 군 입대 후 의가사 제대 판정을 할 경우 내과에서 1차 진단을 받고 안과에서 최종 여부를 판단 할 정도로 신뢰도가 높다”고 새로운 의학 상식을 제공한다.

이연 안과 관계자도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백내장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만족도가 예전에 비해 낮다. 과거에는 실명 직전에 수술을 해서 수술전후가 확연하게 나타나는데 최근에는 초기에 수술을 함에 따라 피부로 느끼지 못하 는 것이 최근 행태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인들의 눈 건강의 중요성을 깨우친 것은 군에서 추진하고 있는 저소득 노인층 무료 眼 검진 사업 덕분이다.

군에 따르면 눈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자식노릇’을 자임하고 나서 금성, 월산, 대덕, 남면 노인 1494명을 검사한 결과, 300명의 백내장 수술 대상자를 발견해 이 중 130명에게 무료 수술을 실시해 새로운 세상을 열어 주고 있다.

올해 처음 대대적으로 실시 중인 백내장 수술 사업은 의료접근도가 낮은 지역 노인층에게 안 검진을 실시하고 수술자에 대해서는 개안수술비 총액 중 본인부담액 전액을 지원하여 노인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군의 실감나는 복지시책이다.

노인 안 검진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보건소 담당자는 “노인들의 대부분이 불안 심리를 겪고 있다. 특히 고혈압 당뇨 환자의 경우 수술 후 상태가 악화되는 사례가 있는데다 검사를 하면 수술 시기를 여부를 묻는 등 조바심 증상이 나타나고 수술후에는 쾌유 여부를 의심하는 등 한마디로 말해 아기가 되어 버린 것 같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보건 사업은 직원 한두 명의 고생으로 성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특히 보건소는 물론이고 보건지소,보건진료소,면사무소, 이연안과, 실명재단, 환자, 보호자가 일심동체가 되어 내일처럼 움직일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염권철 보건소장은 “앞으로도 전체 인구의 21%에 달하는 노인의 안 건강상태가 열악하고 사업 호응도가 높은 점을 감안하여 2009년까지 점진적으로 각 읍면 60세이상 노인층에 대한 백내장 수술을 더욱 확대해 나가 효자 보건행정의 모범사례로 남기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처럼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지만 한국실명재단에서도 담양군에만 예산을 집중 할 수 없어 군비를 투입해 수술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앞으로 노인 인구가 많은 담양읍을 비롯 수북, 대전, 창평 등에서 사업을 전개 할 경우 예산 확보가 사업 성공의 관건이다”고 말했다.

수술 후 전과 다른 삶을 생활하고 있는 이들로부터 희망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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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희망이 있어요”
금성면 나사로의 집 송명효씨

스무살 청년시절 펄펄 끓는 혈기를 누르지 못해 발생한 싸움으로 눈을 다쳐 대한민국 남자로서 거쳐야할 국방의 의무는 물론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도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송명효(52, 나사로의 집)씨.

“앞 못 보는 사람하고 잘 보는 사람하고 같으면 되나요(웃음)”

눈이 부시게 햇살 고운 가을 날 오후 야외에서 만난 송씨는 천진무구한 웃음으로 자신의 지난 온 삶을 회고했다.

암울한 인생으로 점철됐던 젊은 날의 송씨의 삶은 최근 보건소의 협조를 얻어 실시한 우안수정체 탈구 수술로 새로운 삶으로 탈바꿈했다.

외추리 보건지소의 추천으로 안과 검진을 받은 후 ‘수술만 하면 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받은 송씨는 지난 4월 수술 후 귀가 하는 도중에 접한 대자연의 색을 30여년 만에 재회 할 수 있었던 것을 회상하면 지금도 가슴이 벅차고 기분이 최고조에 이른다는 것.

“목사님, 저 건물도 보이고 간판도 보이고, 벌써 가을이 우리 앞에 와 있네요.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잘 보이니까. 술도 끊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겠습니다”

자신과의 약속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송씨는 새롭게 보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부인과 함께 하기 위해 하루 24시간이 짧기만 하다.

눈이 좋지 않아 농사일만 하는 자신이 안타까워 지인의 소개로 뒤늦게 41살에야 천생배필을 맺은 부인이 양쪽 시력을 잃은 데다 거동이 불편해 송씨가 돌봐 주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이면 송씨는 부인을 휠체어에 태우고 주변을 산책시켜 주고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일일이 소개하고 설명해주고 있는 것을 비롯 오후가 되면 자신은 물론 부인도 가장 좋아하는 TV연속극 ‘미우나 고우나’의 세세한 장면 하나까지도 자상하게 알려주는 든든한 남편으로서 삶을 펼쳐가고 있다.

이처럼 기쁨과 행복으로 충만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송씨는 부인도 자신처럼 일찍 검진을 받고 제때 수술을 받아 시력을 회복했으면 좋았을 것인데 무능한 남편을 만나 고생하고 있는 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부인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고 있다.

또한 송씨는 시력을 회복한 후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해 광주 병원에서 알콜중독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아들이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 부인과 함께 기도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으며 틈틈이 시설에서 입소한 이들과 함께 밭을 일구며 농작물을 수확하는 등 자신감 있고 활기찬 삶을 영위하고 있다.

특히 송씨는 “눈이 좋지 않아 받아온 동네 사람들의 멸시와 손가락질에서 벗어나 이제는 용기와 희망의 말을 전하는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며 “글을 배워 성경도 스스로 읽고 가족에 대한 사랑과 달라진 자신의 인생을 글로 남겨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 소박한 꿈을 펼쳐보였다.

“이쁜 손주 녀석들 볼 수 있어 너무 좋아”
월산면 신계리 조야무 할머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들하고 재롱 덩어리 손주 녀석들을 제대로 볼 수 있어 얼마나 기분 좋은 줄 몰라. 잘 보잉께 세상이 달라져 보여. 이렇게 좋은 세상 오래 살고 싶어”

양쪽 눈이 백내장에 걸려 환한 대낮에도 어두침침한 삶을 살아가던 조야무(80, 월산 신계리) 할머니는 수술 후 달라진 세상이 너무 좋기만 하다.

지난 4일 우선 오른쪽 눈을 수술하고 오는 22일 왼쪽 눈까지 수술을 하면 조 할머니의 기쁨은 배가 될 것이라고 월산 보건지소 관계자와 인근 주민들은 굳건히 믿고 있다.

40살 때 남편을 여의고 혼자서 3남1녀의 자녀를 돌보느라 자신을 돌보지 못해 병원 한번 제대로 가지 못했던 조 할머니는 뒤늦게 찾은 세상이 너무나 환하고 아름답기만 하다.

추석에는 사랑스런 아들 딸들의 손을 잡고 대문을 박차고 들어온 금쪽같은 손주들의 해맑은 미소가 조씨의 가슴을 헤치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조씨는 이렇게 좋은 세상을 다시 있게 해준 이들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펼쳐 놓았다.

“거동이 불편한 자신의 다리가 되어준 보건지소 형미랑씨 에게는 토실토실 살찐 밤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고 새색시처럼 수줍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수술 후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조 할머니는 “예전에는 바늘귀에 실을 끼려면 주변 사람들에게 사정사정해서 바느질을 했는데 이제는 돋보기 없이도 가능하고 음식에 머리카락이 들어가도 모르고 먹었는데 골라 낼 정도로 시력이 좋아져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조 할머니는 “한 쪽 눈만 수술해도 이렇게 大明天地인데 나머지 눈까지 수술하면 밤에 마실 다니는 것은 물론 오래전에 사별한 남편의 젊은 시절 사진도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며 “이웃사촌 처럼 지내온 이들과도 단풍 구경도 가고 온천 여행도 하고 싶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조 할머니를 지켜본 마을 주민들은 “가진 것은 없어도 콩 한쪽이라도 나눠 먹는 사람 좋은 인심이 하늘을 움직여 할머니의 눈을 밝게 해준 것 같다” 며 “공양미 300석을 바친 효녀 심청이는 옛날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보건소 직원들인 것 같다” 며 자신의 일처럼 고마움을 표했다. /정종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