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5일 여의도 시민공원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장에 마련된 정용품 씨의 영정 앞에서 한 농민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사진= 시민의신문 제공)
故 정용품 본지 객원기자 를 추모하며
지난해 이맘때쯤 정부의 농업정책과 한국 농업의 벼랑 끝 현실을 비판하며 스스로 자신의 생을 마친 한 젊은 농민의 마지막 길을 3만여 농민들이 함께 지켜봤다.
지난해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에 WTO쌀개방 등 농촌 현실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정용품 본지 객원기자가 세상과 인연을 달리한지도 어느덧 한 해가 지났다.
그해 11월15일 오후 여의도 시민 공원에서는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속에 전국농민대회 본대회가 열렸다. 이날 대회가 시작되기 직전 젊은 농민 정용품 씨에 대한 추모식이 열렸다.
이날 김봉곤 한국농업경영인담양군연합회장은 고인에 대한 약력보고를 통해 “고인은 평소에도 농촌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며 “늘 농촌이 잘 살 수 있는 방법과 쌀 문제 해결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그의 유서에 이런 고민이 잘 나타나 있다”며 고인의 유서를 3만여 참여 농민들 앞에 공개하기도 했다.
이어 문예활동가 이삼헌 씨의 추모굿이 진행됐다. 하얀 삼베옷을 입은 이씨의 춤사위는 추모식을 더욱 숙연하게 만들었다. 여기저기서 농민들이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추모사는 조종규 한농연전남연합회장과 이동섭 한농연 담양남면지부 회장이 지인대표로 낭독했다. 조 회장은 “고인의 죽음은 단순한 자살이 아니라 존폐 위기에 있는 농업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며 “고인은 3백 50만 농민의 고통스런 현실을 온몸으로 알리려 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동지의 육신은 흙으로 돌려보내지만 뜻과 함성은 우리 가슴에 메아리치고 있다”며 “개방농정의 냉혹한 현실에 맞서 끝까지 투쟁하자”고 주장했다. 또한 조 회장은 “앞으로 고인의 무거운 짐을 남은 사람이 지겠다”며 고인의 평안을 기원했다.
이동섭 회장도 고인이 한국의 농업을 걱정하며 365일 집 앞에 걸어놓았던 태극기를 내보이며 “고인의 뜻을 따라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어느새 해가 바뀌고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담양의 이름없는 한 농민이 어려운 세상을 향해 토해낸 피맺힌 절규와 분사의 보람도 없이 아직도 우리 농민들은 거리로, 거리로 내몰리며 생존 투쟁을 거듭하고 있다. /정종대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