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농민들의 영농의욕을 높여주기 위해 빌려주는 영농자금이 오히려 농민들을 울리고 있다.

이는 영농자금의 직접 대출기관인 일부 지역농협에서 상환기간이 1년(금리 연3%)마다 도래하는 영농자금을 미끼로 농민에게 각종 공제(보험) 가입 및 출자금 납부 등을 강요하며 실적 올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에 따르면 지역농협과 축협을 통해 지원되는 영농자금 대출이 농자재 구입이나 노임 등 영농경비 지원 용도라기보다 전년도에 빌려 쓴 자금상환을 위한 ‘상환성 재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영농철이 본격 시작되는 이달 들어 농민들 다수가 물가상승에 따라 오른 농자재 등을 구입하기 위해 영농자금 등의 부채를 한꺼번에 갚을만한 여유자금이 부족해 ‘재대출’을 원하고 있기 때문.

이를 이용해 일부 지역농협은 영농자금 대출을 원하는 농민 조합원에게 각종 공제가입을 요구하거나 출자금 납부를 은근히 강요해 농민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어쩔 수 없이 요구를 들어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일부 지역농협의 행태는 수년 동안 관례적으로 되풀이돼 온 것으로 농협이 농민들을 오히려 착취한다는 비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 농민은 “수 년간 농협에서 영농자금을 빌리기 위해 각종 공제 가입 및 출자금 납부를 은근히 권유, 마지못해 요구를 들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역농협 한 관계자도 “영농자금은 정책성 자금으로 금리가 낮아 큰 수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영농규모가 크고 친분이 있는 부농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들 농민에게 공제 가입이나 출자금 납부를 부탁하면 들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영농자금의 대부분이 상환용으로 재대출 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영농자금을 이용하려는 농민들이 줄고 금액도 적어 이를 미끼로 공제 가입이나 출자금 납부를 강요할 수도 없거니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정종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