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도련님은 당나귀가 제격이다.’는 속담이나 ‘나귀를 구하매 샌님이 없고 샌님을 구하매 나귀가 없다.’ 자기에게 만만히 보이는 사람에게 함부로 할 때는 말을 잘 듣지 않는 당나귀의 근성에 빗대어 ‘나귀는 샌님만 업신여긴다.’라든가, ‘당나귀 못된 것은 생원님만 업신여긴다.’는 속담이 전해져 오지만 제가 사육하고 있는 당나귀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 같습니다”

올해 초부터 당나귀 동키를 기르고 있는 나산실업 박헌조 대표의 말에서 남다른 당나귀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박 대표가 동키를 사육코자 마음먹은 것은 죽림을 활용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가족 체험의 장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다 당나귀를 선택하게 된 것.

올해 초 경기도 파주에서 200여만원을 주고 구입했을 때 주위의 반응은 기대반 냉소반 이었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당나귀를 잘 아는 나이 드신 어른들의 입장에서 보면 당나귀는 말보다 덜 빠르고 덜 위험한 동물로 인식, 교통수단으로 주로 사용됐는데 특히 유생들이 당나귀를 타기 좋아하며 조관들도 이용되는 등 행세하는 사람의 중요한 교통수단이 되었기 때문에 당나귀는 해학담의 소재로도 등장하였기에 사서 웃음거리가 될 필요가 있냐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이에 반해 어린이들의 반응은 180도 다르다.

어린이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슈렉3'를 보면 주인공인 슈렉, 피오나 부부의 행복한 결혼생활과 슈렉의 친구 당나귀 동키와 불 뿜는 용 사이에서 탄생한 다섯 쌍둥이 드롱키들의 시끌벅적한 모습이 담겨있어 당나귀에 대한 다른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도 어린이들의 입장에 힘을 실어준다. 그래서 인지 몰라도 당나귀도 딸이 붙여준 이름인 ‘동키’하고 부르면 반가움을 표시하는 등 어엿한 가족의 일원으로 자림매김하고 있다.

특히 박 대표가 당나귀에 대한 이미지가 확고한 것은 체격이 좋고 체력이 강하며 외부의 변화에 대한 저항력이 강해 열악한 조건에서도 자기 능력을 잘 발휘하는 특성이 있는데다 소나 말과 같이 많은 물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점도 장점으로 손꼽힌다.

또한 당나귀는 말과 달리 이마에 털이 없고 꼬리에도 하반부에만 긴 털이 있고 상반부는 짧은 털로 덮여 있어서 소의 꼬리와 비슷한데다 당나귀의 귀는 말보다 길고 커서 처음 보는 이들도 쉽게 호감을 표현하는 것도 당나귀 동키를 각별하게 하는 이유이다.

박 대표는 “동키가 커가면서 짝을 찾는 것 같아 조만간 동키의 배필을 구해줄 생각이다” 며 “당나귀를 잘 키워 나산 마을은 물론 수북의 명물로 삼을 예정이다”고 말했다./정종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