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습적으로 행해지던 농업인 해외연수가 ‘그들만의 잔치’란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담양군의회 176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제기된 ‘농업인 해외연수 편중’ 문제는 이제까지 표면에 드러난 문제점 이외에도 갖가지 병폐를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농정과에서 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2년 이후 ‘농업인 해외연수’라는 명목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온 인원은 8회에 걸쳐 총 155명이며 이중 공무원이나 기자를 제외한 순수 농업인은 142명에 이른다. 해외연수에 단 1회만 참가한 인원은 97명이며 나머지는 24명이 2회부터 5회까지 중복 참가했다.

이 중 1명은 무려 5번에 걸쳐 해외연수를 다녀왔고 4회 참가자 2명, 3회 참가자 7명, 2회 참가자는 14명으로 나타났는데 이같은 중복참가자는 대부분 한농연 임원들로 밝혀졌다.

특히 A씨는 2004년 2회(중국, 태국 및 캄보디아), 2006년 2회(일본, 중국), 2007년 1회(중국) 등 해외연수 5회중 중국만 3회를 다녀온 것으로 보고됐는데 이러한 일이 가능한 이유는 경비의 70%가 군비로 보조되면서 개인부담이 적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민간인 해외경비 보조를 위해 편성된 예산이 이처럼 한 단체에만 편중되고 인원 또한 중복이 심해지면서 해외연수의 근본 목적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민간인국외여비’라는 명목으로 관습적으로 세워진 이 예산이 특정단체에만 집중되면서 마치 이 단체를 위한 예산인양 전횡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면서 ‘농업인 해외연수’라는 명분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한 농업인단체 관계자는 “명칭만 선도농업인 해외연수이지 특정단체를 위한 해외연수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하고 “같은 농업인 단체지만 우리에게는 단 한 번도 해외연수를 위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란 적이 없었다”며 행정의 무관심을 성토했다.

그는 또 “해외 연수자 선정 기준이 없다. 한농연 담양군연합회에서 예산에 맞춰 인원을 뽑아 올리면 그대로 추진된다”며 “실정이 이러한데 목적에 부합한 연수가 제대로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주무부서인 농정과는 농업경영인회가 경비계획서와 명단 등 관련서류를 제출하면 그대로 기획실에 넘겨 예산이 집행되게 했으며 사업목적이나 타당성 부분에 대한 심사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렇게 특정단체에만 예산이 편중되면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연수와 관련된 또다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 해외연수를 전직 회장이 운영하는 관광회사에서 독점하고 있다는 것. 확인 결과 이같은 내용도 사실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군관계자는 “해외연수계획서가 제출되면 군에서는 예산만 지원하고, 관광사 선정 등 세부업무는 한농연에서 하기 때문에 여행사 선정까지 관여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고 해명했다.

한편 농업관련단체의 한 임원은 “물이 고이면 썩게 마련이듯이 이러한 점은 이미 예견된 것 아니겠느냐”며 “사업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각 농민단체 회장들로 구성된 농업발전심의위원회에서 사업심사를 거친 후 연수 대상을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연수 이후에도 연수보고서 제출 등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하고 “이처럼 예산이 특정단체에 편중돼 물의를 일으키는 일이 없도록 전면적인 재검토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서영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