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당하고 있는 농민들과 경찰이 총기사용 문제를 놓고 대립 각을 세우고 있다.

농민들은 해마다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해 총기사용을 야간에도 허락해달라고 요청하고 있고 경찰은 관련법을 내세워 허락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찰과 야생동물 피해 농민들에 따르면 수확철을 앞두고 멧돼지와 고라니, 까치 등 야생동물에 의해 힘들게 키워온 고구마나 콩, 옥수수, 단감 등 각종 농작물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를 막기 위해 야간에도 야생동물을 쫓기 위한 각종 총기 사용을 허가해 달라는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실제 한 농민은 지방청장 초도순시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1년 동안 자식처럼 키운 농작물 피해를 당하는 농민들의 마음을 알아줘 야간에도 총기사용을 허가해야한다”고 요청했다.

농민 A모씨는 “올해 콩을 심었는데 고라니가 콩잎을 3마지기 정도 뜯어먹었다. 고구마도 멧돼지가 다 먹어치웠고 지난해에는 이곳에서 달랑 고구마 몇 박스만을 수확했다”며 “이대로 가다간 올해 아무것도 건질게 없으니 총기사용을 허가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처럼 수확기가 가까울수록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지만 수렵기간이나 비 지정기간 등 어느 때를 제외하고 ‘일몰 후 총기사용 금지’ 원칙를 내세우고 있는 경찰은 총포도검화약류단속법에 의거 절대 허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법 제 47조 ‘공공의 안전을 위한 조치 등’ 중 ‘허가(총기사용)관청은 공공의 안전유지를 위해 관할 경찰서장이 발하는 지시·명령에 따를 것’의 내용을 내세워 심야시간 총기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대부분의 총기사고가 낮 시간대가 아닌 야간 시간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규제하는 것이다”며 “야생동물이 침입하지 않도록 철제 펜스나 전기 펜스 설치 방법도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몰 후 총기사용 금지라는 조항은 이 법 어느 부분에도 없고 다만 시행령에 ‘일몰후에는 총기를 영치해야 한다’는 부분만 있어 향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종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