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해도 너무합니다. 앞으로 농사를 지으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비가 원망스럽습니다. 너무 자주 오니까 농약도 쓸 수 없고…”

농민들이 문고병과 혹명나방으로 인해 벼이삭까지 누런 빛깔을 띠며 시커멓게 번져가는 벼를 보며 깊은 시름에 잠겼다.

수확을 앞둔 들녘 곳곳에는 잦은 비와 일조량 부족으로 문고병(잎짚무늬마름병)과 흑명나방이 확산돼 농민들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더구나 이 달 말까지 비가 자주 올 것이라는 기상 예보가 나와 농민들의 마음을 더욱 애태우고 있다.

농민 A모씨는 “그냥 쳐다보면 황금들판 같지만 막상 벼이삭을 들춰보면 논 전체가 흑명나방 천지다” 며 “잦은 비로 벼는 연약해져 있고 농약도 살포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비가 계속 내릴 경우 유충이 벼 잎을 한 잎씩 세로로 말고 그 속에서 잎을 갉아 먹으며, 피해를 받은 잎은 표피만 남고 백색으로 되고 발생이 많을 때에는 벼가 녹색을 잃고 출수가 불량해지면 등숙도 늦어지는 것을 누구 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 B모씨도 요즈음 하늘만 보면 울화가 치민다.

B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내려 병충해가 들끓고 있어 올해 들어 농약을 4번 쳐도 효과가 없다”면서 “농사란 농민의 성실성 40%에 하늘이 도와줘야 풍년을 약속하는데 비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정 관계자는 “계속되는 잦은 비로 대부분 논에서 문고병과 흑명나방이 확산돼 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금은 수확기와 기상 때문에 방제도 안되고 뾰족한 대안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정종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