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근무수당 부당수령

“담양은 무풍지대?”

겨울의 끝자락, 꽃샘추위가 기승이던 지난 3월 수원시공무원들의 시간외근무수당 부정수령사건이 터지자 이를 바라보던 국민들은 허탈감 속에 빠져야했다. 공무원 밥그릇은 ‘철밥통’ ‘금밥통’이란 말이 나돌자 뒤통수가 가려워진 정부는 대대적인 감사에 들어갔고 전남도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간외 근무수당 수령에 대해 감사를 실시한 道는 처음 실시한 감사임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는 비참했다. 정기감사가 1년 8회로 한정돼 8개 시·군에만 실시했는데도 그 중 6개 시·군에서 위반내용이 발견된 것이다.

▣ ‘친절한 초과근무수당’ - 근무 안 해도 척척

뒷북치는 감사임에도 그 위반내용이나 액수가 만만치 않아 앞으로도 다른 시·군엔 후폭풍이 계속될 전망이다. 진도군과 해남군을 제외하고 올해 감사에서 적발된 6개 시·군이 부당 수령한 시간외수당과 국내여비는 총 830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진도군 감사는 시간외수당과 국내여비에 대한 부분을 미실시해 통계에 넣기 부적절하므로 실질적으론 해남군 한 곳만 빼고 모두 위법사항이 적발된 셈이다.

먼저 부당지급의 수법을 보면 ‘조금은 고전적이나 과감한 방법’으로 근무도 하지 않는 장기미근무자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방법을 써 440만원을 지급했으며 이렇게 ‘짭짤한 맛을 본’ 공무원은 29명에 달한다.

부당수령방법은 ‘일단 들이댔는데 돈이 나온’ 경우로 5개 시·군에 무려 165건이나 되며 중복지급으로 나간 액수가 자그마치 390만원에 이른다.

2006~07 道 시간외수당·국내여비 감사실시 현황

시군별	위반내용
해남군	없음
진도군	없음(미실시)
화순군	장기미근무자(정액분) 9명 착오지급(111만7천원) 출장비 및 시간외수당 중복지급(34건, 83만6천원)
광양시	장기미근무자(정액분) 5명 착오지급(58만6천원) 출장비 및 시간외수당 중복지급(33건, 79만6천원)
장흥군	장기미근무자(정액분) 2명 착오지급(38만3천원)
장성군	장기미근무자(정액분) 10명 착오지급(166만7천원) 출장비 및 시간외수당 중복지급(2건, 9만8천원)
보성군	장기미근무자(정액분) 1명 착오지급(36만7천원) 출장비 및 시간외수당 중복지급(60건, 144만7천원)
영암군	장기미근무자(정액분) 2명 착오지급(27만6천원) 출장비 및 시간외수당 중복지급(36건, 72만4천원)

▣ 초과근무수당 얼마나? 어떻게?

일단 모든 직원들에겐 초과 근무를 하지 않더라도 월 15시간의 수당이 일괄 지급된다. 다시 말해 15시간은 ‘깔아주고’ 가는 것이다. 또 이를 포함해 한 달에 최고 67시간의 수당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1일 최대 4시간의 초과근무만 인정된다.

초과근무수당은 10급부터 5급 직원에게만 지급된다. 시간당 직급별로 10급 5천326원, 9급 5천887원, 8급 6천564원, 7급 7천325원, 6급 8천165원, 5급 9천622원이 주워진다.

담양군은 이에 따라 2005년 2억2567만원, 2006년 2억8984만원, 2007년 7월까지는 1억9566원을 지급했다.


▣ ‘눈먼 돈’ 아닌 ‘국민의 혈세’

수원시와 청주시를 비롯해 공무원들의 파렴치한 부정수령이 터져 나오자 시민단체들은 한결같이 들고 일어섰다. 시민단체들은 한목소리로 초과근무수당은 ‘눈먼 돈’이 아닌 ‘국민의 혈세’라는 인식전환을 요구했고 내부 감찰시스템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덧붙여 “수당정액제를 도입하거나 공무원들이 실제로 일한 초과근무 시간을 모두 인정하는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초과근무수당제를 꼬집고 우선 내부감사시스템의 강화를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자체감사가 꾸준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위법사례가 적발되지 않은 것은 감사가 자칫 ‘면죄부를 주기위한 방편’으로 흐를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하며 “내부감사시스템이 실질적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강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비난이 쏟아지자 부당수령사건이 발생했던 청주시 관계자는 “수당 편법수령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는 초과근무체크용 지문인식기 입력시간과 사무실 무인경비시스템 작동시간에 차이가 날 경우 초과근무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그동안의 시스템운용 방식의 결점을 인정했다.

▣ 2002년 카드인식시스템 도입한 郡, 왜 자유롭지 못하나

현재 郡이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은 수기로 기입하는 등의 후진적 형태는 아니다. 군이 운용하고 있는 방식은 전자결재시스템과 카드인식방식을 혼용한 형태로 초과근무가 필요한 공무원은 먼저 郡내부 전자결재시스템을 이용해 ‘시간외근무명령’을 얻어야 한다. 다시 말해 시간외 근무에 대한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과거엔 과장의 결재로 마무리 됐으나 지금은 부군수까지 결재를 받아야 한다. 수원시의 부당수령 사건이후 결재선이 과장에서 부군수까지 올라갔다.

‘시간외근무명령’을 받아 초과근무를 한 공무원은 자신이 미리 정한 시간까지 근무를 하게 되고 퇴근 시에는 당직실로 가 당직근무자가 보는 앞에서 초과근무시간을 체크하는 기계에 대고 카드를 인식시켜 시간을 체크한다. 이로써 자신이 몇 시까지 근무했는가를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몇 가지 치명적인 허점이 있다. 첫째 근무의 진정성을 확인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는 원초적인 문제로 근무의 진정성은 감독자가 옆에 붙어 계속 눈으로 확인치 않는 이상 그 어떤 시스템으로도 확인할 순 없다.

둘째 카드가 갖는 한계이다. 카드는 지문이나 홍채인식처럼 신체와 일체성이 없으므로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의 카드를 체크할 수 있는 등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셋째 시간의 이중성이다. 사무실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 나중에 당직실에서 카드만 인식하면 그대로 초과근무시간은 체크된다. 이처럼 사무실이 잠귄 시간과 초과근무한 시간이 달라도 규제할 방법이 없다.

넷째 운용에 있어 보편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현재 카드인식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는 곳은 본청과 산림사업단, 농업기술센터, 보건소 네 곳뿐으로 읍면과 사업소 등은 아직도 ‘자유구역’으로 남아있다.

▣ 타 시·군은 어떠한가

지금으로서 가장 발전한 방식은 ‘통합근퇴관리시스템’이다. 목포는 이미 4~5년 전부터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방식은 일반 사기업체에선 이미 일반화된 방식으로 그리 특이한 것도 아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 카드나 지문으로 출근을 인식시키고 퇴근할 때 다시 체크하면 그만이다. 간단한 이 방식은 사무실 무인경비시스템과 연계돼 출·퇴근 시간은 물론 잔업, 특근, 지각, 조퇴 등이 일괄 관리된다.

올 3월 이후 이 방식을 도입한 시·군은 광양, 순천, 해남, 강진, 진도, 완도, 무안 등이다.

강진군에 직접 확인한 결과 이 시스템을 올 3월 도입해 현재는 7월 1일부로 읍·면까지 확대 실시하고 있으며 출근은 각 부서장의 권한에 의해 확인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출근 시 개인에 의한 체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퇴근 시에만 지문인식을 하고 있다.

화순군의 경우엔 이미 2000년에 지문인식방식을 도입했으며 인근 장성군의 경우 전자결제시스템을 이용한 방식만을 사용하고 있으며 지문인식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고려 중이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 郡의 경우

郡이 현재 운용하고 있는 전자결제시스템도 원래 행자부 案에 의해 도입한 방식이나 올해부터 연차적으로 도입된 ‘새올’ 행정시스템이 다시 행자부에 의해 내년 전면 도입을 앞두고 있어 일대 변혁을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현재 郡이 운용하고 있는 카드인식시스템이 내년 도입될 ‘새올’과 연동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도 사무실 무인경비시스템이 작동된 이후에는 초과근무시간을 인정하지 않는 등 무리 없이 쓸 수 있는데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설치한 기계가 도입 5년 만에 쓸모없게 됐으니 성능비교와 예산확보의 선에서 갈등하고 있다.

그러나 郡은 ‘새올’이 도입될 경우 ‘통합출·퇴근이력관리시스템’을 본청과 읍·면 등 전 관서에 도입할 것을 계획하고 있으며 방식에 있어선 홍채인식이나 지문인식시스템이 오작동이 많아 여러 가지 방식을 놓고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며 신중을 기했다.

담양군 시간외 근무수당 지급현황

(단위: 원)

지급월	2005년		2006년		2007년
	근무인원	지급액	근무인원	지급액	근무인원	지급액
월평균	174	18,805,953	193	24,153,802	228	27,952,343
합계	2,086	225,671,440	2,321	289,845,620	1,596	195,666,402
1	134	12,656,990	176	18,697,730	212	26,990,212
2	146	12,832,690	184	21,426,760	193	21,165,144
3	163	16,600,460	195	25,656,290	214	25,001,311
4	221	33,186,690	234	35,889,200	288	38,762,685
5	212	24,444,540	235	33,674,490	259	30,274,867
6	165	15,346,000	171	16,688,440	242	28,148,144
7	170	17,626,610	160	15,085,490	188	25,324,039
8	135	8,030,400	156	15,445,010
9	168	16,139,630	187	26,419,530
10	179	19,988,950	219	28,042,050
11	195	20,460,220	203	25,839,600
12	198	28,358,260	201	26,981,030

2005년 월평균 근무인원은 174명으로 월 1800만원 정도 지급됐다. 2006년 월평균 근무인원은 193명으로 전년에 비해 19명이 늘었으며 지급액도 500만원 가량이 늘어난 월 2400만원 정도를 지급했다. 올해 월평균 근무인원은 228명으로 매년 15% 정도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해 총 지급액은 2006년의 경우 2321명이 약 2억9000만원의 시간외근무수당을 받아 1인당 약 12만5000원을 받은 셈이다. 이는 전년에 비해 6400만원 가량 늘어난 금액으로 약 30% 증가한 것이다.

이를 분석하면 시간외근무를 하는 인원은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근무인원 증가율(15%)과 지급액 증가율(30%)은 동일하지 않고 배 이상 차이를 나타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이한 점으로는 2005년 1, 2, 3월 시간외근무인원은 평균 147명으로 지급액이 4200만원 정도였으나 2006년 같은 기간엔 206명으로 가파른 증가를 보이며 지급액도 3100만원이 늘어난 7300만원 정도를 지급했다.

또 2005년 8월 근무인원은 135명으로 다음해 같은 달 156명과 21명 밖에 차이나지 않으나 지급금액은 8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두 배 차이를 보인다.

▣ 할 말 많은 초과근무수당 - 부당수령은 ‘남의 나라 얘기’

90년 1월 공직에 입문해 18년째 재직하고 있는 7급공무원 A씨. 연봉 3천800만원 정도인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일요일 아침 9시에 출근해 저녁 7시까지 10시간을 일해도 인정받는 시간은 4시간뿐이다. 규정상 6시간은 인정받지 못한다. 하루 최대 4시간 밖에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점이 이 제도의 최대 맹점이다”

그는 이어 “수원이나 청주처럼 도시의 경우 가용예산이 많아 ‘눈먼 돈’이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의 경우엔 정말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집에 못가고 밤에 일해 봐야 1~2만원인데 얼마 되지도 않은 수당을 위해 격무에 시달릴 것을 자원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며 대도시와의 차이를 얘기했다.

실제 공무원들에게 책정된 시간외근무의 시간당 단가는 인색하기 그지없다. 민간기업의 경우 초과근무나 휴일근무의 시간당 단가는 정상근무 때보다 1.5배에서 2배정도로 높아지는 것이 보통인데 공무원들의 경우 오히려 낮아진다.

위의 A씨의 경우 정상근무시간의 시간당 단가는 1만7000원 정도이나 시간외근무의 경우엔 초과근무이든 휴일근무이든 상관없이 7천300원 대이다.

시민단체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공무원들의 기본급을 어느 정도 인상한 뒤 초과근무수당 제도를 폐지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으며 실제로 일한 초과근무시간을 모두 인정하거나 근무시간에 관계없이 지급되는 직급별정액제를 도입하는 것도 대책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서영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