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길주·최우순 夫婦 ‘금강혼식’
결혼 75주년 ‘꽃가마 타고 백년해로’ 결혼한 지 75년.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을 몸소 지킨 한 노부부가 있어 각박한 세상에 심금을 울리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올해 99세의 황길주 할아버지와 90세의 최우순 할머니. 두 분은 ‘금강혼’을 맞아 다시 한 번 ‘사모관대와 족두리’를 쓰고 손자와 사위들이 멘 꽃가마를 타며 75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랐다.

스물셋 어린나이로 열넷 어린신부를 맞이한 황 할아버지는 1932년 남면 충효동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했다. 아들 용운 씨를 낳으며 고서 고읍리로 옮긴 후 지금은 읍 강쟁리에서 지낸다. 아들이 강쟁리에 터를 잡고 부모님을 모셨기 때문이다.

지금도 논일이며 밭일을 다 할 만큼 정정한 두 분은 슬하에 1남4녀를 뒀으며 농사일에 한 평생을 바쳤다. 서울 사는 큰딸 례씨는 올해로 일흔한 살이고 쉰이 넘어 얻은 막내딸 의순씨는 올해로 마흔다섯이다.

외아들 용운씨를 스무 살에 장가보네고 두 부부가 가장 바란 건 아들 딸 많이 많이. 이에 보란 듯이 열여덟 어린 나이로 시집온 며느리 채옥자씨는 아들 둘, 딸 둘을 시부모 품에 안겨드렸고 벌써 아들 하나 딸 하나는 출가시켰다.

두 분은 워낙 부지런하고 활동적인 성격인데다 이날 평생 남들에게 싫은 소리 한 번 안 한 성격이라 친구도 많고 남들도 잘 따른다. 식성도 까다롭지 않아 뭐든지 잘 먹고 소식하는 편이며 술은 막내사위가 따라주는 것만 기분 좋게 한 잔씩 한다.

“오늘은 아버지 점심 좀 봐드리고 오는 길입니다. 고기를 좋아하시니 불백 좀 해드렸어요” 광주 용봉동 사는 막내딸 의순씨. “아버님은 다 잘드시는데 특히 육류를 좋아하십니다. 이날 평생 병원 한 번 안다니셨는데 6년 전 짚단더미에서 낙상하셔서 무릎을 크게 다친 적이 있습니다. 워낙 크게 다쳐서 의사가 앞으로 다리를 못 쓸 거라 했는데 아흔셋의 나이에도 무릎 연골이 재생되는 등 쾌차해 주위를 놀라게 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물론 건강이 잘 걸어다니시죠”

이러한 일들 뒤에는 올케인 채옥자씨의 헌신적인 부모봉양이 있었다며 막내시누이가 하나뿐인 올케를 챙긴다.

“아무것도 모르는 열여덟에 시집와 이날 평생 무서운 시부모 모시랴 농사지으랴 정말 고생 많이 했습니다. 힘든 내색 한 번 없이 시부모 뜻 다 받아드리며 공장까지 다니는 걸 보면 말로는 다 못할 만큼 고맙습니다”

황 할아버지 부부는 자식들에게 “사람은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 건강하지 못 하면 그 어느 것도 소용없다. 돈이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기에 물욕을 너무 부리지 마라”고 항상 가르쳤다.

세 쌍 중 한 쌍이 이혼한다는 요즘 세상, 백년해로하며 서로를 아껴준 노부부의 ‘금강혼’은 그 세월이 갖는 의미만큼이나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또한 크고 깊다.

한편 결혼 10주년은 석혼식(錫婚式), 20주년은 도혼식(陶婚式), 30주년은 진주혼식(珍珠婚式), 40주년은 벽옥혼식(碧玉婚式), 50주년은 금혼식(金婚式), 60주년은 회혼식(回婚式)이다./서영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