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같으면 농사 못 져 먹어. 쓰러진 벼 묶을 사람도 없으니 싹은 나고 손해 막심이여”

지난 24일 평지리 농협 창고에서 무정농협(조합장 김상태) 자체 수매를 하러 나온 김모(65)씨는 햇볕에 그을린 얼굴만큼이나 속도 까맣다.

김씨가 이날 자신의 경작지 7필지에서 여름 내내 구슬 땀 흘려 수확한 쌀을 달아보니 1톤 트럭을 겨우 채우는데 그쳐야 했다.

작년 같으면 트럭이 넘치고도 여분이 가득했지만 10%이상 줄어든 수확량에 손에 쥔 수매금도 지난해에 비해 턱 없이 얄팍하다.

올해 부쩍 오른 농약 값과 비료 값 같은 생산비가 1ha당 100만원이니 이거 저거 제하면 뭐가 남겠느냐고 반문한다.

김씨는 “고생만 죽어라 하고 남는 건 없어. 남평벼를 심어서 작황이 좋았는데 비가 와 버링게 다 쓰려졌지 뭐. 수확할 때 막대기로 하나 하나 뒤집어서 하느라 애만 먹었고만 ....”말끝이 흐려진다.

인근마을 박모씨도 “올해 필지(0.4ha) 당 900kg이 줄었다”며 “쌀금 좋을 때는 80kg에 17~18만원 갔는데 이제 값이 싼 게 벼 묶을 손도 더 없지 ”한다.

김상태 무정농협장은 “어려움에 처한 농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라고 달래주기 위해 1등 4만6000원, 2등은 4만5000원에 매입함으로써 벼값을 안정하는데 일정부분 기여하고 있다”며 “하지만 나락을 가공해서 판매해야 하는 농협 RPC의 위험부담이 더 커질 것을 생각하면 암울하다”고 말했다.

평년 72% 달하던 농협 RPC의 도정수율도 70% 이하로 폭삭 내려 앉았다.
100kg을 도정하면 72kg의 쌀이 나와야하지만 올해는 67-68kg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이같은 상황은 대덕면도 마찬가지.

관내에서는 최초로 1등 4만6000원, 2등 4만4000원에 3만가마 정도 자체 수매할 계획인 창평농협(조합장 정원실)의 경우 13일 현재 6600가마를 수매 했는데 1등급이 94%, 2등급이나 3등도 간간이 들어오고 있으나 농민들의 아픈 마음을 고려해 되돌려 보내지 못하고 수매에 임하고 있다.

수매가 진행되고 있는 매산리 농협 창고에서 일손 돕기에 직접 나서고 있는 정원실 조합장은 “ 잘 된게 겨우 69% 수율이니 답이 안나온다”며 “실제 생산량은 10%이상 줄어 흉년중의 흉년으로 나락 값은 비싼 반면 쌀 값은 요지부동으로 농협도 농민들 못지않게 고심”이라고 손을 내저었다.

그는 이어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대덕 시목의 경우도 작황이 예년보다 못해 최소한의 생산비 보조 차원에서 7만원- 7만5000원 수준에서 매입을 할 계획이지만 농협의 능력도 한계가 있어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농민들의 아픈 마음을 대변했다.

이처럼 농협들이 자체 수매에 나서자 쌀값 동향에 고민하던 농민들이 일반 상인들에게 매도 하던 것을 농협에 내놓아 4만6000원 대를 유지하는 등 시장 가격 지지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에 따라 RPC의 시름도 깊다.

수북 RPC 김방섭 상무는 “농민은 소득이 줄어 울상이고 RPC 는 도정수율이 안 나오니 적자가 불 보듯 뻔하다”며 “농촌의 애타는 심정을 쌀 사먹는 도시 사람이 모를 것”이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정종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