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원 실 (창평농협 조합장)

앞마당 뜰 텃밭에 마누라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코스모스 씨를 뿌려 놓았다.

가을이 오면서 지금 집안에는 코스모스 꽃향기가 진동한다.

출근 전 화사하게 피어난 꽃송이를 보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김장할 배추, 무 씨를 뿌리자고 한 마누라의 요구도 무시한 채 꽃을 심어 피우기를 고집한 나다.

코스모스와 가을 국화의 내음은 천만금을 주고도 살수 없는 정신적 건강인가 보다!

이제는 마누라도 코스모스 꽃을 고집했던 남편을 이해하며 함께 웃는다.

그리고 지금 가을 들녘엔 나락 탈곡이 한창이다. 등숙기인 9월, 긴 장마는 얼마나 농민의 마음을 애태웠던가? 농민의 아픈 마음만큼 벼도 자라면서 많은 상처를 받았으리라.

썩음병, 잎마름병, 목도열병 등 많은 병마에 시달리면서 멸구에 주저앉은 들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농민들의 가슴에는 피멍이 든다.

FTA협상 때문에 세상이 난리다. FTA문제는 각 나라의 이익과 관계되어 있기 때문에 협상에서 좋은 조건 속에 협약이 이루어지길 온 국민이 원하고 있다.

특히, 농업부문은 다른 업종과 달라서 농업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잘 협약되길 바라고 있다.

첫째는 식량의 안정적 공급이요, 둘째는 환경보존, 담수 능력, 산소공급의 문제요, 셋째는 국토의 균형적 발전의 문제이다.

요즈음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아 있지 않았는데 대선후보들의 공약에 FTA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 있는 것 같다.

FTA 문제는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되어 있는 가장 중요한 협상이다.

농업 없는 선진국 진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온 국민이 대선 후보자들에게 한국의 농업과 FTA 공약을 우선으로 삼아 내놓을 수 있도록 촉구해야 할 것이다. 농업과 FTA 문제는 먹고 사는 문제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요즈음 들녘은 추수기에 한숨 소리가 하늘을 가로 지른다. 벼 가격 때문이다. 많은 비용은 요구되지만 벼 값은 10년 전과 같으니 농사지을 마음이 없어진다.

농민단체들의 빗발치는 요구도 응당하다. 그러나 쌀 문제는 시장에 맡겨진지 몇 년이 지났다. 가격문제는 농협에서 농민들의 어려움을 위해 소득보전을 해주고 싶다.

그러나 시장이 이를 허용치 않기 때문에 문제다.

쌀 가격 문제는 제도상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식량은 안정적 생산과 국토의 균형 발전의 공익적 기능에 엄청난 값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WTO의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 수준에서 농업생계 보전형 제도 도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쌀값 문제는 농업 값이요 농민 값이기 때문에 국가가 제도적으로 소득을 보전해 줘야 할 필요가 있다.

IMF이후 세계는 상대적 빈곤 때문에 많은 인구가 굶주리고 있다. 지금도 식량난에 배고파하는 인구가 10억의 인구라 하지 않는가?

우리나라의 식량 정책을 보면 머지 않아 식량난 때문에 굶주림의 나라로 바꾸어 질 것이다. 면화, 밀, 보리가 사라지듯이 말이다.

정부는 농업소득을 통해 젊은이들이 농촌에 거주하며 일자리를 찾는 농정 제도의 틀을 획기적으로 바꾸길 바란다.

벼 값은 매년 되풀이 되는 일회성 시위나,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농업의 기본적 뿌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량의 최후 보루인 쌀값만큼은 농업 생계보전형 값으로 제도화 하자.

농민! 스스로 좌절하지 말고 우리도 희망을 찾자.

저 도로변에 핀 희망의 코스모스를 바라 보면서!

우리 집 앞마당 텃밭에 핀 웃음 띤 코스모스를 바라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