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비축미 수매 현장, 농민 한숨만 가득

군이 2007년산 공공비축미곡 포대벼를 지난 8일부터 본격적으로 매입하기 시작했으나 잦은 비로 벼 작황이 좋지 않고 정부의 공공비축미 매입량도 점점 감소하는 등 농민들이 허탈해하고 있다.

지난 13일 담양읍 중앙 미곡 종합 창고 앞에는 수십명의 농민들과 그들이 가져온 벼 포대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농민들 개개인은 자신의 트럭과 경운기에 올 한 해 동안 힘들게 농사지어 얻은 벼 포대를 자식처럼 안아 나른다.

하지만 올 한해 농사를 마무리 짓는 만큼 기뻐해야 할 농민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간간이 조합장과 읍사무소 직원들에게 정부의 공공비축미 매입량이 점점 줄어든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창고 옆 담벼락 밑에서 삼삼오오 모여 연신 담배만 물고 있는 농민들이 대다수다.

올해 정부는 공공비축미로 40kg 벼포대 43만 2000석을 매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50만 4000석 보다 무려 14% 감소한 물량이다.

담양관내에서도 지난해 12만9440포대(40kg 기준)를 정부가 매입했지만 올해는 11만2499포대로 1만6941포대가 줄어들었다.

군은 포대벼 11만2499가마에 대해서는 8일부터 30일까지 관내 일원에서 매입을 실시한다.
매입품종은 남평, 동진1호, 일미벼 3개 품종이며 매입가격은 가마당 특등 5만50원, 1등 4만8450원, 2등 4만6300원, 3등 4만1210원을 우선 지급하여 매입하고 산지쌀값 조사결과에 따라 2008년 1월 공공비축미곡 최종 매입가격이 결정된 후 사후정산 할 계획이다.

매입물량은 1일 출하물량이 3000포대를 넘지 않게 계획 출하토록 하여 당일 출하분은 당일 검사를 마치고, 마을별 시차제 출하로 매입장소 대기시간을 단축하여 출하농업인이 매입에 불편함이 없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지금까지 해왔던 전수검사방법 대신 올해부터는 매입검사시 표본추출 검사를 50% 안팎으로 실시해 농업인 대기시간을 줄이고 검사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농협이 자체수매를 통해 나머지 물량을 매입하지만 지역농협의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재정상의 어려움은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올해는 추수기인 7∼8월의 잦은 비와 일조량 부족으로 일명 ‘쭉정이’가 많이 발생한 것도 농민들의 주름살을 늘게 한다. 수확량이 줄고 그만큼 도정수율도 낮아지기 때문에 그나마 어느 정도 남는 농가소득이 더 줄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으로 벼 수확량은 10∼15% 감소가 예상되고 도정수율 역시 정상범위인 72%에 3∼4% 하락한 68∼69% 수준에 머물 것으로 이날 벼 등급판정을 위해 수매현장에 나온 농관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60여년전부터 벼농사를 지어온 농민 A모씨는 “힘들여 농사 지어봐야 남는 게 없어. 그냥 관둘 수 없어 계속 하는 것이지”라며 체념 섞인 넋두리를 풀어놓는다.

660㎡(약 200평)에서 농사지어야 80kg 쌀 3가마니가 나오고 이 중 한 가마니가 소득이라는 점을 볼 때 6600㎡(약 2000평)정도 농사짓는 A씨는 올 한 해 동안 고작 14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농민 B모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B씨는 “올해처럼 벼 작황이 좋지 않은 것은 20년 만에 처음”이라며 “지난해까지만 특등품이 65%정도 됐지만 올해는 10%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고 이 때문에 몇 푼 남던 농가들의 소득도 줄어들게 돼 걱정”이라고 말했다.　

농민 C모씨도 지난해 1200평에서 호평벼를 심어 40kg 78포대를 수확했는데 올해의 경우 같은 논에서 56가마 밖에 수확 못하는 등 수확량에서 부터 농사를 망친 데다 품위마져 낮게 나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답답한 신정이다"며 연신 담배만 피웠다.

이에 대해 농정 관계자들은 “농촌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자체가 불가할 정도”라며 “농가의 평균 연령이 65∼70세라는 점은 농가소득을 따지기 전에 당장 앞으로 우리 농촌을 누가 지켜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관원 관계자는 “농업인들이 벼를 늦게 수확해서 서리를 맞으면 미질이 떨어지고 동할미가 발생하므로 매입검사에서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서리를 맞기 전에 벼를 일찍 수확해야 한다”면서 “수확한 벼도 변질·변색을 막기 위해 되도록 빨리 건조시키고 건조기로 건조할 경우 50℃ 이하에서 수분이 15% 이내가 되도록 서서히 건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군 관계자도 “애써 지은 벼농사를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건조, 조제, 정선을 잘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쭉정이를 제거하고 수분은 15%이내로 유지해주고 벼를 매입장에 출하하기에 앞서 사전에 예비점검을 반드시 받아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읍면별 매입량 및 매입횟수는 다음과 같다.

△담양읍 5회 1만3246가마 △봉산 4회 1만824가마 △고서 4회 1만472가마
△남면 2회 3398가마 △창평 4회 1만809가마 △대덕 2회 5676가마
△무정 3회 8309가마 △금성 3회 9009가마 △용면 2회 4519가마
△월산 3회 8219가마 △수북 5회 1만4424가마 △대전 5회, 1만3594가마 /정종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