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이 걱정해주신 덕분에 건강 되찾고 있습니다”

겨울 낮, 썬팅된 유리를 뚫고 햇살이 그윽하기만 하다. 구석진 TV는 드라마 눈물바람이다.

“목욕탕에서 보다 온 것 봐야하는데… ….”
리모컨은 없다. 저쪽 의자에 신문 한 뭉치.

드디어 몽울몽울 김을 피우며 녀석이 쟁반을 타고 온다. 탁자에 턱 놓이는 순간 허옇게 피던 김 가락만 잠깐 휘청, 볼그족족한 녀석의 자태는 흔들림이 없다.

“아줌마 나무젓가락 좀 주세요”

반찬은 단무지 김치 깍두기 춘장 양파. 젓가락을 찢어 눕혀진 양파를 헤치자 얼굴로 확 들어오는 뜨거운 열기.

허옇게 살을 드러낸 녀석의 면발을 단박에 집어넣는다. 얇지도 굵지도 않은 면발이 입안서 가지런히 튕글튕글. 끊을 수가 없다. 한 젓가락 두 젓가락 계속 씹지도 않는다.

숨을 고른다. 김치 한 가락은 물고 한 가락은 면에 얹었다. 한 손은 무릎을 짚고 고개는 왼쪽으로 45도.

빨가면서도 허연 면발은 다시 들어간다.

“후우욱 스으읍 카-아.”

정수리서 시작된 땀이 하나는 뒤통수를 타고 목깃에 멈췄고 하나는 콧등으로 구르고 있다.

담양의 주당들뿐만 아니라 그 집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 그리워하고 있는 그 녀석 보라식당 짬뽕. 먹고 싶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되겠다.

보라식당 사장 김용석 씨가 치료를 거의 마쳤다. 지난 5개월간의 치료가 거의 끝나고 이달 한 번의 치료만 더 남아 있다. 한 번 치료하는데 3박4일. 링거를 맞는데 천천히 맞아야 하니 시간이 그렇게 걸린다고 한다. 지금까지 다섯 번 받았으니 한 번만 더 받으면 된다.

“혈변이 조금씩 보이다가 그날 심한 것 같아 병원에 가보았더니 직장암이라고 하더군요” 이제는 덤덤한 김 사장. “하지만 초기에 발견해서 수술도 잘 되고 치료도 잘 돼서 내년 봄엔 다시 가게를 열려고 합니다”

89년, 봉산 곡정리에서 읍내로 나와 ‘현금장사에 외상없을 것 같아’ 시작했다는 보라식당. 처음엔 주방장이 음식을 만들었으나 3~4년 후부턴 아주머니가 직접 만들었다.

하루에 보통 150그릇에서 200그릇정도 꾸준히 나가던 보라식당은 그야말로 ‘장인정신’이 숨 쉬는 곳이다. 낮 11시부터 2시까진 주문전화를 받지 않는다.

늦을 줄 알면서 주문을 받는다는 것은 양심이 허락지 않기 때문이다.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속을 알고 나면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아들은 삼사관학교 합격했고 딸은 임용고시 준비하고 있고 계속 쉴 수만은 없으니까 내년부턴 배달은 못하더라도 가게는 열어야죠”라며 진솔한 웃음을 보인다.

“아시는 분들이 걱정을 많이 해주시고 힘을 많이 주셨어요, 이렇게 건강히 회복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그분들 덕분입니다. 모두들 저처럼 아프지 마시고 아프신 분들은 거뜬하게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서영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