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권 산내들영농조합법인 대표

“농작물은 사람과 똑같이 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추우면 따뜻하게 해주듯이 작물도 가온이 필요하고 무더우면 신선한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옛 말에 농산물은 주인의 발걸음을 듣고 자란다’는 말처럼 휴먼 농업을 추구하는 유기농업 체계를 구축, 친환경농업의 선도자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수십년간의 도회지 생활을 접고 지난 2001년 후반부터 농업에 입문해 전통농법에서 터득한 노하우를 접목, 자신만의 유기 농법을 체계화한 오봉권 산내들영농조합법인 대표(57, 대전면 강의리)

오 대표의 친환경 농법은 우리나라에 친환경 농업 이라는 용어가 태동하기 시작한 2001년 부터 맥을 같이한다.

광주 화장품 업계에서 나름대로 入神의 경지에 오른 오 대표에게 농사는 생경하기만 한 분야였다.

학창 시절 방학 때면 고향 강의리에서 소일거리 삼아 농사일을 거들어 준적은 있지만 농업을 本業으로 삼게 된 것은 오랜 도시 생활에 지친 삶의 기운을 순박한 인심과 물 좋고 공기 좋은 농촌에서 재충전하기 위해서이다.

대다수 농민들이 친환경농업의 소비 성향이나 주위의 권유에 의해 접하게 된 것이 대부분인 것인 것에 반해 오씨와 친환경과의 인연은 어쩌면 운명처럼 다가왔다.

주변 농가의 도움을 받아 초보 농사꾼으로 딸기 농사를 짓던 오씨가 광주원협 판매장에 비치된 책자에서 친환경농업이라는 용어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이 단초가 되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을 방문, 친환경 농업을 위한 제반 사항에 대해 충분한 설명과 자료를 제공받아 준비한지 1년 만에 농관원 담양장성 출장소로부터 무농약 농산물 인증을 최초로 받게 됐다.

이것이 발판이 되어 오씨의 농사 라이프 패턴이 전환기를 맞게 됐다.

오랜 기간 도시 생활에 몸이 익숙해져 있다 보니 이른 새벽부터 일어 나서 수확 한 후 선별과정을 거쳐야 하는 딸기농사에 자신의 든든한 우군이자 반려자인 부인이 소리 없는 반기(?)를 든 데다 새롭게 문을 여는 쌈채소 시장 가능성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보고 과감하게 상추, 오이, 브로콜리, 멜론으로 작목전환을 하게 된 것.

이같은 오씨의 용단에 주위 농가들은 걱정반, 기대반으로 관심을 표명했는데 결과는 오씨의 성공 신화로 이어진다.

오 대표는 농사일과 교육 일정을 조정하여 전라남도 농업기술원을 비롯 안양 교육원, 논산 천적 활용 방제 교육, 유기농협회 주관 교육을 비롯 지역 특성화 사업단에서 실시하는 각종 교육을 이수하는 등 친환경으로 철저히 몸과 마음을 단련했기 때문이다.

2003년 3월부터 현재 까지 7필지 1만3377㎡에서 유기 농산물 인증(2006년)을 받은 것을 교두보 삼아 학사농장과 계약재배, 생산되는 전량을 납품하여 연간 1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처럼 無에서 有를 창조해낸 오씨의 성공에 용기를 낸 젊은 농가를 비롯 친환경 농업에 관심 있는 이들이 하나 둘씩 가세하게 되어 올해 1월 19명으로 산내들 영농조합법인을 구성, 생산된 농산물을 학사농장과 한마음공동체, 학교 급식업체에 납품하는 등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성공농업의 가도를 힘차게 질주하고 있다.

친환경 인증 간판을 농장 앞에 내걸었지만 관행농법에 길들여진 주위 농가들로부터 ‘세상에 무농약이 어디 있느냐’는 핀잔과 정성을 다해 생산한 농산물이 시장에서 제 값을 받지 못한 것을 비롯 애써 기른 멜론이 무농약 인증에 부적합 판정을 받아 수확을 앞두고 수차례 갈아엎는 심정은 마치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과 진배가 없었다.

오 대표가 여기서 좌절했다면 오늘의 산내들 영농조합법인은 없었을 것이다.

오 대표는 친환경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2005년부터 담양군친환경인증도우미, 담양군농정위원회 친환경분과위원, 담양군친환경농업인 연합회 감사로 활동하면서 친환경 농업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한편 땅의 소중함을 재인식하고 건강한 흙 만들기에 매진했다.

농사 초반에는 주위의 권유에 따라 축분을 사용했지만 친환경 교육을 이수한 후에는 축분 대신 친환경 농자재인 제오라이트, 게르마늄을 사용하다 최근 들어서는 선진국은 물론 타 지자체에서 토양 개량 효과가 입증된 쌀겨 팰릿, 팽연 왕겨, 볏짚을 함께 넣고 땅을 갈아엎어 地力을 향상시켜 인근에서 가장 좋은 토양으로 인정받는 등 농업의 선구자 역할도 도맡아 하고 있다.

오 대표가 흙 살리기에 올인 하다 시피 하고 있는 것은 과거 남들이 장에 가니까 두엄지고 가는 격으로 주변 농가에서 아무 생각 없이 부숙이 덜된 축분을 사용하거나 원재료가 의심스러운 퇴비 등을 사용하다 낭패를 본 것들을 수도 없이 목격했기 때문에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단절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나침은 부족함과 같다’는 過猶不及이라는 말처럼 자신의 토양에 대한 정확한 시비 처방서를 근거로 부족한 것은 채워주고 넘치는 것은 덜어주는 노력이 바로 땅심을 기르는 일로 여기고 있는 것도 이유 중의 하나이며 비배 관리, 병해충 방제, 잡초 관리도 빈틈이 없을 정도로 추진하고 있다.

오 대표는 친환경농업의 성패는 ‘농업인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고 단언했다.

“농민들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 후에 행정의 도움을 요청하기 보다는 전적으로 행정에 의지해서 농업에 종사하려는 태도 자체가 잘못 됐다”고 의타심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것.

또한 영농조합 법인 구성원들도 개개인의 상품성도 중요하지만 산내들이라는 법인의 얼굴을 주지시키기 위한 배전의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내규는 물론 정기적 모임과 임시 모임을 통해 회원들의 화합이 중요한 선결문제로 여겨 이를 실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같은 오 대표의 취지에 동감한 이들의 노력에 힘입어 산내들 영농조합법인은 생명산업의 현장이자 친환경농업의 교육장으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도 장흥교육청 학교급식 관계자들이 방문한 것을 비롯 농산물품질관리원 친환경 교육 담당자들과 광주 유치원생, 아파트 부녀회원들이 친환경으로 재배되고 있는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친환경 농산물의 중요성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오 대표는 미래의 고객인 이들을 위해 하우스 주변 정리 정돈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으며 자신이 솔선수범하고 있다.

하우스 한켠에 지어 놓은 관리사에는 난방을 위해 벌목해온 나무들이 일정한 크기로 나란히 정렬되어 있는 것을 비롯 어린이들을 위해 사육하고 있는 토끼와 아담하지만 짜임새 있게 꾸며진 화단, 사용한 농기구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고 자주 쓸어 광택이 나는 바닥에서 부지런한 오씨의 생활 습관과 고객을 중시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프로의식을 갖고 전문성을 쌓다 보면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고 결국 자신만의 블루오션을 찾게 될 것이다”고 여기는 오 대표는 “현재 딸기 위주에서 벗어나 다품목 생산을 유도하여 유통 시장을 개척, 유통 마진을 회원들과 소비자들에게 되돌려 주고 싶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오 대표를 잘 아는 이들은 “개별농가보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공동 조직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오 대표가 기업가적인 경영목표를 개발하고 사업 분야별 구체적인 마케팅 추진 전략을 수립, 목표를 세워 추진해 간다면 새로운 농업 미래를 개척하고 지역경제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된다”고 입을 모았다./정종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