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이산 이라는 드라마를 자주 본다. 정조라는 인물을 상당히 개혁적인 인물로 그리고 있다.

지금의 드라마 흐름으로 보건데 세손인 이산이 왕위에 오르면 부패 된 구세력과 제도를 쾌도난마처럼 척결하고 조선에는 지금까지와는 완전 다른 마치 새 세상이 올 것 같다.

이산은 왕위에 올랐고 정조가 되었다. 그리고 24년 재위했다. 그는 24년간 역사적으로는 많은 업적들이 남기기는 했다. 하지만 그가 죽고 나서의 역사적 결과는 어떠했는가?

정조가 독살인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죽고 나서 조선은 100년 가까이 개혁다운 개혁한 번 하지 못하고 그가 즉위했던 이전의 그 시절보다 더한 부패와 악습으로 빠져들어 헤어나지 못하다가 결국 나라까지 잃고 마는 치욕을 당하게 된다.

24년은 정조가 원하는 대로 많은 것을 바꾸고 또 정조가 없더라도 정조의 뜻대로 개혁을 밀고 나갈 세력을 굳건하게 만들어 놓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는 세월이었음에도 말이다.

도대체 정조는 24년간 뭐했을까?

기억도 새삼스럽다. 1997년, 2002년 김대중, 노무현이 승리하던 날, 드디어 제대로 된 세상이 찾아 올 줄 알았다.

김대중은 처음으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어 역사를 새롭게 썼고 노무현은 우리에게 꿈을 주었다.

그들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서 내 개인적인 인생이 바뀔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너무나 기뻤고 가슴이 벅차왔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너무나 참담함으로 난 세상을 다시 보고 있다. 不或을 훌쩍 넘어 知天命 앞둔 나이에 믿고 살아왔던 많은 것들이 더 흔들려 진다는 것을 무슨 말로도 설명하기 힘들다.

이번 대선에서 범여권 후보라는 사람들은 압도적 표차로 지고 말았다. 그 가장 큰 이유를 거의 모든 사람이 노무현 때문이라고 한다. 노무현을 강력히 지지했고 좋아했던 사람들에게 까지 이런 말들이 나온다. 노무현을 좋아하고 노무현 정권을 강력 지지했던 나로서도 이런 이야기들에 적극적인 반론을 하지 못하는 것은 가슴 아프다.

정말 이번 압도적 패배의 결과가 모두 노무현 탓일까?

그렇다면 노무현이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을까? 이번 대선결과처럼 5 년 만에 국민들이 크게 변화된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한 것은 많은 언론들에서 수도 없이 지껄여 대니까 여기에다 다 나열하지는 않겠다.

현재 국민들 의식이 옳다고도 하고 싶지 않지만 크게 잘못되었다고도 하고 싶지 않다. 어차피 현실을 사는 대중 속에서 이념이 우선이냐 경제적 논리가 우선이냐 등 논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찾는 다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단지 선호도의 우선순위가 있을 뿐일 것이다.

민주주의 원칙 그대로 다수가 정의인 사회이다. 국민 다수가 원했다면 그게 현실의 최고 이념이다.

잘되고 잘못되는 것은 후에 역사학자들이 판단할 문제일 것이다.

단지 나는 요즈음 인기드라마 이산에서 보고 느낀 점과 함께 역사적으로 우리가 개혁세력이라고 부르는 자들이 천심만고 끝에 정권을 잡았다고 해도 왜 그렇게 단명으로만 끝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다.

우리나라 5천년 역사 속에서 수없이 많은 개혁세력의 부침은 있었지만 온전한 개혁세력에 의해서 한 세대를 넘도록 정권을 유지한 경우가 내가 아는 역사지식으로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조선의 가장 강력한 개혁군주로 평가받는 정조는 24년이나 되는 상당히 오랫동안 재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죽음과 함께 사라졌으니 진정한 개혁은 실패했다.

예를 들어 일본 메이지천황은 메이지유신이라는 개혁을 성공시켜 지속적인 개혁이 몇 십 년 계속되었고 그 기간동안 엄청난 부국강병을 이루어 현재 세계 제 2의 경제대국 일본이 되는 기반을 만들어 놓았다.

정조가 개혁을 한다고는 했지만 그 당시의 군주 의식으로서 분명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또한 몇 천 년 간 변함없이 내려온 우리사회 보수화된 그 당시 사회의 주체세력이 너무나 강대했을 것이다.

그것을 알았다면 차후에 자기가 없다하더라도 개혁을 이끌어나갈 세력을 확고하게 만들어 놨어야 할 것인데 이유가 어디에 있던지 정조는 그러하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정조의 개혁은 실패했고 그 반동으로 조선은 정조의 개혁이전 보다 더한 암흑 속으로 빠져들었다.

요즈음 대선패배를 비롯 잘못된 모든 것이 노무현 탓으로 돌리는 이유도 그렇다. 그들은 제대로 된 개혁을 해내지 못했다. 탄핵사건 이후 국민이 뭔가 바꾸어 보라고 많은 힘을 실어 주었을 때 제대로 된 개혁은 하지 않고 오만에 빠져 한나라당과 연정제안 등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아닌 엉뚱한 일에만 신경을 썼다는 것이다.

참여정부를 만들어 준 국민 뜻을 왜곡 했고 그 정체성마저 잃어버린 것이다. 그 당시 거대여당이었던 열린 우리당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자기들이 잘나서 국회의원 된 것이 아닌데도 세력싸움에만 안달이 나있었다.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도 않다. 사실, 앞에 말한 거 빼놓고는 참여정부가 지금처럼 엄청난 비난 받을 만큼 크게 잘못한 것이 없어 보인다.

요즈음 큰 문제인 양극화 문제나 서민 경제몰락 등은 지금에 와서 폭발하고 있지만 참여정부가 모두 뒤집어 쓸 문제는 아니다. 수 십 년간 우리 사회에 쌓아져 오던 상처가 이제 곪아 터지기 시작했을 뿐이다. 하지만 대중은 현재만 보지 과거나 미래를 보지 않는다. 현실의 만원이 몇 년의 후의 십 만 원 보다 훨씬 크다. 그러니 현실의 문제는 고스란히 참여정부 탓이다. 그 정도는 알고 이번 대선이나 모든 선거에 대처해야 했을 것이다.

또 노무현의 뜻은 좋았지만 당정분리를 너무 빨리했고 국정수행에 꼭 필요한 검, 경등 권력기관들을 너무 풀어놓았다. 한나라당과 조중동 등 거대언론을 필두로 한 엄청난 힘을 가진 보수 세력과 싸워 제대로 된 개혁을 하기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 권력기관이다. 그들이 도를 넘지 않도록 잘 관리하면서 충분히 이용했어야 했다.

노무현과 우리당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모양으로 개혁, 진보세력을 뿔뿔이 흩어지게 만들어 놓고 점 점 멀어져 가는 그들 마음을 결국은 실용주의를 부르짖는 이명박 쪽으로 돌아서게까지 만들었다. 이런 점에서 노무현이 이번 대선패배의 커다란 책임은 피할 수 없다.

어쩌든 역사적으로 이처럼 우리 개혁세력은 잠시 승리에 눈이 멀어 철저한 개혁세력의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사그라지고 만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에 비해 보수 세력의 뿌리는 깊고도 넓다. 더욱이 걱정되는 것은 요즈음 이십대의 신 보수화이다.

또 진보나 개혁세력이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보수화되기는 싶지만 보수 세력이 진보나 개혁세력화 되기는 힘든 일이다. 이처럼 보수 세력에 비해 진보나 개혁세력의 뿌리는 너무 얇고 약하다. 보수 세력이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너무 한 쪽 으로만 몰리면 그 사회는 위험해지기 마련이다.

그래도 개혁 진보세력의 그 뿌리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우리사회가 건강한 보수와 건전한 진보 개혁세력이 어느 정도 균형이 맞을 만큼 개혁진보세력이 더 이상 위축되어서는 안된다. 개혁 진보세력의 사그라지는 뿌리를 잘 보존하고 다듬어 새로운 열매와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많은 진보, 개혁세력이 참담함을 느끼겠지만 이명박이 대통령 되었다고 나라 망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든 국민이 선택했으면 겸허히 받아들어야 한다. 진심으로 잘해나가길 바랄뿐이다.

우리 국민생각대로 경제만이라도 살려낸다면 더 이상 바랄 것도 없다.

물론, 대선 출구조사를 발표하고 모임에 가기 전에 탔던 택시기사가 한 말은 우리 모두의 숙제로 남겨 놓아야 한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고 앞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뭐라고 하면서 가르쳐야 할 지 모르겠소. 수단과 방법을 가르지 말고 성공혀라. 돈 많이 벌어라. 그게 최선의 인생이다. 요로코롬 밖에 할 말이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