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띠해 쥐와 얽힌 얼그실마을 이야기

창평 유곡리 얼그실 마을. 무등산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마을 전경은 ‘풋내기 풍수’라 할지라도 예사롭지 않은 마을임을 짐작케 한다.

‘광라장창(光羅長昌)’이라 했던가 창평은 호남에서도 좌창평(左昌平) 우장성(右長成)이라 일컬어지며 그 명성이 더욱 자자하다. 그런 창평에서도 현인달사(賢人達士)와 효자(孝子)가 많이 배출된 마을이 있으니 바로 ‘얼그실’이다.

얼그실은 동으로는 천마산(天馬山)과 오봉(五峰)을 뒤로한 절산마을이 있으며 서로는 옥산등(玉山嶝)이 자리하고 있다. 남으로는 십리를 달리는 평야를 지나 한눈에 들어오는 서석산(瑞石山; 무등산)이 웅장하며 북으로는 영천산(靈泉山)이 굽이굽이 주룡(走龍)을 이루었다.

이렇게 어머니의 품속 같은 얼그실은 그 이름이 유래한 전설이 있으니 쥐띠해를 맞아 그 의미가 새롭다.

얼그실 옆 마을인 절산마을의 안산은 천마산이다. 이 천마산은 사자 형국으로 그 봉우리를 사자봉이라 한다. 그런데 그 사자가 가암리 뒷산의 호랑이를 보고 으르렁대고 있으니 가암리 뒷산 봉우리를 호봉이라 한다.

다시 그 호랑이는 얼그실 뒷산 언저리에 있는 괴바위(괴=고양이)를 노리고 있고 그 괴바위는 얼그실 마을 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쥐바위를 쫓는 형국이다.

호랑이는 고양이를 잡으려 하나 뒤에서 사자가 쫓아 오고 고양이는 쥐를 잡으려 하나 뒤에서 호랑이가 쫓아 오고 다시 사자는 호랑이를 잡으려 함에 꽃밭에서 놀고 있는 쥐를 보고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라 모두들 ‘꼼짝마’의 형국이다.



이처럼 서로 얽혀있는 ‘상생상극(相生相剋)’의 형국은 마을이름을 ‘서로의 형세가 얽혀 있는 계곡’ 즉 ‘얼그실’이라 불리게 했으며 한자로는 ‘維谷(유곡)’이라 했다.

‘상생상극’은 민주주의와도 관련이 있으니 바로 그 기본이념인 ‘견제와 균형(Checking and Balance)’이다. 서로의 힘이 동일하고 팽배해 그 누구도 함부로 타인을 해할 수 없는 힘의 균형, 즉 ‘평등(平等)의 형국’이다.

2008년 무자년(戊子年) 쥐의 해를 맞아 담양발(發) ‘평등의 형국’이 우리나라 곳곳에 퍼지길 기원해 본다. 기사제보 : 류안중(柳晏重 - 成均館 典學) /서영준·한얼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