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놀이터 안전규정 강화로 위축

“아이들이 안전하고 편하게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 주세요”

누리꾼 윤모씨가 郡 홈페이지에 남긴 글이다. 윤모씨 말처럼 언제부터인가 관내에는 놀이터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윤모씨는 “학교놀이터에 가도 시소나 미끄럼틀, 그네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시설이 없고 있다 하더라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조치가 돼 있어 아이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뚫린 구멍으로 드나들고 있는 형편”이라며 ‘현 상황’을 꼬집었다.

그는 이어 “아이는 낳으라하면서 노인들 편의시설만 해놓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곳은 왜 만들지 않는지 알 수가 없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처럼 관내 어린이 놀이터가 부족한 가운데 관련법 규정은 더욱 강화돼 어린이 놀이터 부족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27일부터 시행된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이 놀이시설 관리주체에게 더 많은 의무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은 어린이 놀이기구나 시설의 안전검사와 안전성 확보를 위해 산업자원부장관이 인정한 안전검사기관을 두고 안전검사 등을 주기적으로 시행하며 놀이시설의 설치 또한 산자부 고시에 적합하게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이외에도 △안전검사표시가 없는 어린이 놀이기구를 사용해서는 안 되며 △놀이기구 설치자는 관리주체에게 놀이시설을 넘기기 전에 안전검사기관으로부터 안전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 △놀이시설의 안전담당자는 안전관리교육을 받아야 하고 △안전검사기관이나 관리주체는 손해배상을 보장하기 위해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중대한 사고는 중앙행정기관 장에게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등 어린이 놀이시설에 대해 까다로운 관리규정을 대폭 신설했다.

산업자원부의 ‘어린이 놀이시설 설치기준’도 어린이 놀이터는 일정 수준의 충격에 견딜 수 있는 바닥재 설치가 의무로 돼있으며 바닥재로 모래를 쓸 경우 카드뮴, 수은, 납, 크롬 등 중금속 잔재여부를 검사받도록 하고 있다.

또 놀이터에는 애완동물 등이 쉽게 들어가지 못하도록 해야 하며 사용 연령과 사용상 안전수칙을 반드시 표기하도록 돼있다.

어린이의 머리나 손가락이 끼는 사고 방지를 위해 봉과 그물의 간격은 89mm보다 작거나 230mm보다 커야 하며 파이프나 판자 사이도 8mm보다 작거나 25mm보다 크게 만들어야 한다는 등의 시설세부규정도 마련됐다.

이처럼 안전관리법 시행으로 어린이들의 안전은 높아졌으나 예상치 못한 이면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어린이집 관련자의 말이다. “아무리 좋은 시설을 갖추고 안전관리에 힘쓴다고 하더라도 어린이는 언제 어떻게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데 수수료를 내고 안전검사를 받게 하고 보험가입 등을 강제한다고 해서 실효성이 얼마나 나타날 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린이의 안전은 그들을 돌보는 교사들의 책임의식에 비례하는 것이다”며 “어린이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으나 강화된 법령이 가뜩이나 모자란 놀이시설을 더욱 위축시킬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관련자의 말을 뒷받침하듯 의무로 된 보험료가 월 18만~35만원 정도로 돼있으며 안전검사 항목과 회수 등도 매우 많아 기존 어린이집이나 놀이방, 초등학교부설유치원 등이 부담해야 할 업무가 늘어났다.

유치원생 아들을 둔 윤모씨는 “법이 신설돼 좋기는 한데 이렇게 되면 더 이상 공공장소에서 놀이시설은 보기 힘들어 지는 것 아니냐”며 “좋은 마음에 그네 하나 만들어 놨다가 잘못하면 큰 코 다치는 일도 생기겠다”며 쓴웃음./서영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