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시대가 열린 후에 가장 흔하게 접하는 행사중 수위를 다투는 것은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준공식이다.

이러한 행사들은 비중상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사진 한 컷과 기사 몇줄이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략 누가 참석했으며, 얼마의 비용을 들여 어떤 시설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사진은 군수, 도의원, 군의원 등 각 지역 기관단체장과 유지들이 함께 테이프 커팅하는 모습이 채택된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단체장 입장에서는 경로당 등 노인관련 복지시설 건립이 세금으로 선심도 쓰고 표밭도 다질 수 있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사업임에 분명하다. 한마디로 꿩 먹고 알 먹는 장사다.

그리고 꼭 필요한 시설이기에 주민들도 그리 반감을 가지지 않으며 수혜자인 지역 어르신들도 자신들을 위한 시설을 지어 준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뭔가 허전한 생각을 감출 수 없다. 이들 시설을 건립하는 기본 출발점이 노인들의 여생을 편안하게 보내는데 너무 맞춰줘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마치 ‘사회 주도층에서 한발 비켜났으니 이젠 조용히 편히 쉬세요’ 하는 뉘앙스가 묻어 있다.

겨울철에 경로당은 특히 붐빈다. 노인들은 지자체가 지원해준 난방비로 온기를 나누고 담소도 즐긴다. 그런데 그게 끝이다. 딱히 모여서 할 게 없다. 장소는 있는데 프로그램이 없다. 담소와 화투, 장기, 바둑을 즐기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상이다.

군비와 자부담을 더해 애써 지은 건물, 보기엔 좋지만 그 씀씀이가 너무 비효율적이라 아쉽다.
이 좋은 건물을 노인들이 삶의 보람을 느끼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熾す像鰥?일익을 담당할 수 있도록 새 출발의 공간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노인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변해야 한다. 노인 세대는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반드시 있게 돼 있다. 누구나 언젠가는 그들의 모습이 된다. 나와 동떨어진 위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곤란하다. 그런 시각에서 출발한 정책은 단순하고 겉돌 수 밖에 없다. 내 문제요 스스로의 미래를 위한 준비라 생각하고 노인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로당 문제도 그렇다. 편안함은 기본이다. 노인 복지시설은 단지 여생만을 보내는 공간이 아닌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간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군은 어르신들에게 점심 한 끼 대접했다고 자랑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남은 생을 힘차게 경위토록 새 출발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다.

경로당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은 기관단체의 선물이나 유치원생들의 재롱잔치를 받는 위로의 대상이 아닌 수많은 세월을 보내면서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사회주도층에서 활용해 주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