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가의 농업정책의 핵심은 자국민이 원하는 만큼의 안전한 식품을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공급하는데 있다. 따라서 경제적 논리를 떠나서 외국으로부터 해결한다는 발상보다는 자급을 원칙으로 하고 내·외부 환경에 따라 수입은 보완형태로 가야 한다고 본다.

광우병 문제로 온 나라가 들끓고 세계 곡물가 폭등으로 인한 사료 값 인상과 값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움직임이 한우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축산농가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미국이 한국 소고기 시장에 군침을 흘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한국인의 식습관이다. 한국인이 가장 즐기는 부위가 갈비뼈 사이에 붙은 갈비살이다. 통칭 LA갈비라 하여 대형 수입업자들이 잘게 썰어 예쁜 포장재에 담아 고가로 유통시킨 덕분에 많은 양이 한국에서 판매 되었다.

갈비살은 미국인들은 잘 먹지 않는 부위로 분쇄하여 사료로 쓰거나 퇴비를 만드는 부위다.
또한 얼큰한 내장탕의 원료인 내장, 구수한 곰탕의 원료인 사골과 꼬리뼈, 감자탕과 뼈 해장국의 원료인 등뼈도 마찬가지다. 폐기 처리 할 것을 비싸게 구입한다니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얼마나 좋은 시장인가 ?

또한 모든 동물은 성장기가 있다. 소의 경우는 2년(24개월령)쯤 사육하면 큰소가 된다. 그 이후는 아무리 좋은 사육기술이 있더라도 체중이 늘지 않는 한계생산 체감의 법칙이 적용된다. 즉 사료값 만큼 커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30개월 이상 된 소는 어떤 소일까? 번식을 위해서 또는 정액을 채취하기 위하여 기르다 그 기능을 다하여 폐기되어야할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묵치”라고 부르는 소다. 닭으로 말하면 폐계 닭이다. 30개월령 이상 폐 소고기를 수입해 먹는다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광우병 문제만 없다면 설령 미국산 값싼 소고기가 수입된다 치더라도 소비자 선택권의 문제라 치부할 수 있다.

왜냐 우리 한우는 특유의 맛과 풍미가 있고 그동안 우리 농가들이 노력하여 최고급 육질로 개선하여서 고가 브랜드화 된 새로운 품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우리나라 축산업은 지난 10년간 1인당 육류소비량이 23%, 우유소비량이 61% 증가하는 등 연평균 4%의 고도성장으로 농업부문 성장의 75%가 축산업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어 이제는 총농업생산액의 33%를 차지함으로써 쌀 생산액을 추월하여 우리 농업의 가장 중요한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대형매장에서 우리 주부들이 수입 소고기 매장앞에 자존심 상하고 부끄러워 잘 서지 않는다. 그러면 뭐가 문제란 말인가 ? 우리나라는 아직 소고기 국내 유통 구조가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지금도 많은 양의 수입소고기와 젖소고기들이 한우로 둔갑하여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요식업소가 문제다. 그러면 우리 한우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국민들에 최고급 양질의 한우고기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인가?

첫째 소고기 유통구조를 확립시켜 주는 일이다. 원산지 표시 제도를 조기에 정착시키고 정육점은 물론 요식업소 음식원료도 원산지 표시제도가 확행 되어야 한다. 아울러 젖소고기의 한우고기 둔갑도 철저히 단속되어야 한다.

둘째 사료곡물의 수급안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사료곡물 수입량은 1168만톤으로 98%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수입의 안정성이 위협받으면 한국 축산업은 존립할 수 없다.

최근 바이오에너지 수요의 급증, 브릭스와 아세안등 신흥 경제권의 구매력이 급증하고 중국의 곡류 수출금지 조치로 세계 곡물가격이 급증하고 에너지가격 상승으로 운송비가 급증하여 산지가격에 비해 국제곡물가격이 2배 가까이 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농협은 물류라인 확보, 해외 사료곡물생산, 도입사료 비축제도 등을 조기에 정착 안정적 사료곡물 공급 체계를 갖추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셋째 조사료 자급생산을 위한 산지의 효율적 개발이 절실하다. 우리나라 현재의 경지면적은 장차 식량곡류 생산에도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가축생산을 위한 초지 및 사료곡류 생산을 위한 추가면적 개발은 필수적이다. 국토의 균형적 발전과 사육 규모 및 지역의 분산을 위해서도 산지 중 초지로 개발이 가능하다고 판정된 132만 ha에 대해서 초지로의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곡류에 대한 동물과의 경합을 줄이고 환경부하 없이 지속가능한 형태는 초지밖에 없으며 경우에 따라서 식량생산 잠재기지로의 활용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정부의 축산정책은 더욱더 수입 의존적이 되었고 오히려 우리 손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없는 구조적인 문제는 커졌으며 자생력은 상실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산업과 과학의 발달이 모든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아니며 지구인에게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농촌, 농업을 경제논리로 접근하는 시대는 이미 끝나가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