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부 간 쇠고기 수입협정 재협상은 없다던 정부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1500여 시민사회단체가 앞장서 나서고 유모차를 끄는 젊은 부부와 어린이, 초중고생까지 나서서 촛불문화제를 지속해왔다. 이제는 일반시민과 학계, 노동계, 대학생까지 촛불을 들고 한미 쇠고기 협정 재협상을 외치고 있다.

수많은 국민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가 남의 일이 아닌 자신의 일로 여기는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정부는 배후가 있다고 주장한다. 분명히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정부 자신이 문제의 근원이고 배후임을 알고 인정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

대통령취임 1백일도 안 돼 지지율 20% 대 초반으로 추락한 이명박 정부는 재협상 말고는 국민신뢰를 회복할 길이 없게 되었다. 정부는 더는 국민을 속이려 들지 말고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정의 문제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실질적이고 전면적인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

현재 이명박 정부에 가장 부족하고 그래서 가장 필요한 요소는 “인식과 발상의 전환”이다. 일본정부는 우리와 같이 미국과 동맹국이다. 그럼에도 일본정부는 20개월 이하 살코기만 수입하는 협정을 맺는 등 일본 국민을 위해 일한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과의 동맹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미국만을 위해 미국국민도 안 먹는 광우병 특정위험부위까지 수입해 자기 국민에게 먹이려는 일은 한미동맹의 본래 목적이 아니다.

국가 간 외교는 물론이고 한미동맹 또한 호혜평등이 기본이어야 한다. 안전한 미국산 쇠고기가 있을지 모르지만 최소한 일본으로 수출하는 등급의 미국산 쇠고기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어림잡아 1년에 약 10억 달러, 약 1조 원어치가 팔릴 것이라고 한다. 우리 한우는 1마리도, 우리 삼계탕은 1 깡통도 미국에 팔 수 없는데 말이다. 이러한 현실이 이명박 정부가 중요하게 여기는 우파 실용주의 외교의 결과물이고 한미동맹의 본 모습이라면 정말 슬픈 현실이다.

처음의 촛불문화제는 말 그대로 먹을거리 안전보장을 위해 재협상을 요구하는 평화로운 의사전달 과정이었다. 정부는 강경일변도로 국민의사를 무시했고 촛불문화제는 촛불시위로 변해갔다. 정부는 폭력시위라고 하지만 가냘픈 손에 촛불 하나 들고 국가주권회복, 국민건강권, 국민행복추구권을 주장하는 어린 학생과 시민을 경찰특공대와 물대포와 방패로 강제 진압하는 행위야 말로 지극히 폭력적이고 불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재협상은 중대한 국가신인도 하락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어렵다고 말해왔다. 정부가 그리도 중요하게 여기는 미국과의 신인도는 국가 대 국가의 신인도인가? 아니면 이명박 대통령 개인 대 미국과의 신인도인가 궁금하다.

세계화 시대에 국가 대 국가의 신인도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국가 즉 정부와 국민 사이의 신뢰는 더욱더 중요하다. 국가 구성의 기본적 제1요소인 국민과의 신뢰를 저버리고 다른 나라 정부와 다른 나라 국민과의 신뢰만을 걱정하는 정부는 이미 우리 국민의 정부라고 할 수 없다. 정부의 제1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왜 무엇을 위해 있는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정부와 미국정부의 신인도는 중요하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과 미국 국민 서로 신인도는 더욱더 중요하다. 자신들도 싫어하는 30개월 이상의 광우병 위험 쇠고기와 자신의 나라에서조차 식용을 금하는 광우병 특정위험부위까지 강제로 수입해가서 먹으라고 강요하는 미국정부를, 미국국민을 대한민국 국민은 과연 신뢰해야 하는가? 또 이러한 미국정부의 부당한 요구를 그대로 들어주는 대한민국정부를 과연 우리 국민을 위하는 정부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주권국가임이 틀림없으나 이번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정처럼 주권국가와는 거리가 먼 종속국 같은 모습이 많았다.

국력이 약하여 강대국의 식민지가 되는 일은 부끄럽고 슬픈 일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더 부끄럽고 슬픈 일은 전쟁도 없고 패배도 없었음에도 대한민국 정부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우리나라를 외국의 식민지로 편입하고자 하는 일이다. 우리 국민을 식민지 백성으로 만들고자 하는 일이다.

정부는 한미FTA(한미 자유무역협정)만 비준, 발효하면 경제도 살고 곧 선진국이 되는 것처럼 말한다. 그래서 미국 의회의 한미FTA비준을 위해 서둘러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정을 맺었다고 한다. 나라 살림 전체와 국민 삶의 모두를 규정하는 한미FTA 협정은 한번 잘못 체결하면 미국의 신식민지로 전락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불평등한 한미 쇠고기 수입협정과 한미FTA 협정을 백지상태로부터 출발해 다시 맺어야 한다. 특히 미국에 종속하는 한미 쇠고기 수입협정, 한미 FTA 협정이라면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최소한 일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