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다닐 때 무안이 고향인 후배가 있었다. 그 무렵은 한창 ‘양담배’문제로 시끄러웠을 때인데 그 후배 녀석 하는 말 “형! 그래도 담양사람들은 멋있어라~잉, 딱 양담배도 못 들어오게 해 불고! 확실히 담양사람들은 멋있당께! 먼가 하나 흐믄 확실히 해 불자나” 목에 힘 들어가고 어깨가 으쓱해졌다.

태권도가 4단에 덩치도 컸던 녀석이 애살스런 말투로 귀여움을 떨었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 후배 집, 담배농가였다. “늙으신 아버지가 허리 꼬부라지게 일해서 자식 좀 가르친다는데 느닷없이 양담배가 판치니 한 숨이 절로 난다”며 시국을 개탄했던 그 후배, 요즘 그 녀석 생각 많이 난다.

신문사 입사하기 전 친구와 나주 농업교육원에서 교육 받은 적이 있다. 결국 난 빠지게 됐지만, 교육 받으면 정부지원 받아 소를 키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친구, 축사도 멋지게 짓고 꿈에 부풀었었는데 느느니 빚이요 한 숨이다. “정붓돈 받아 돈 좀 벌어보겠다고 여태 고생했더니 ‘미친소’가 염병하고 지랄이다냐 우라질 놈의 것들!” 이 친구, 올해 소 내는 해인데 솟금이 떨어져서 막막하다.

정부하는 꼴을 보니 꼴까닥 말려가는 숨통에 바람 좀 넣어보려고 별 수를 다 쓰는데 친환경 브랜드요 대체사료작물 육성이다. 처녀가 애를 낳아도 이유가 있듯 사료값 폭등에는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그런데 우리 축산농가, 그동안 소판돈이 짭짤하다보니 힘든 일 멀리했다.

사료용 옥수수 좀 안 들어온다고 이렇게까지 타격을 입은 데는 누구 탓을 못한다. 사료값 대출해준다고 정부에서 1조를 풀었는데 그것도 모자라 5000억을 더 푼다. 정붓돈 이자가 3%인데 1%는 농협이, 1%는 농림부가, 나머지 1%는 돈 빌리는 축산농가가 부담한다. 농협 1% 150억이나 농림부 1% 150억은 어차피 국민들 호주머니에서 다 나온다. 속없는 사람 “축산농가는 1%에 돈 빌린다” 부러워할지 모르겠지만 그게 다 ‘언 발에 오줌 누기’요 ‘달콤한 독약’이다. 어째서 ‘언 발에 오줌 누기요 달콤한 독약’인지 따져보자.

내 친구, 지금부터 30개월 전 열 달 된 송아지 200만원 주고 샀다. 24개월 동안 열심히 먹였다. 하루에 8kg씩. 2년간 먹은 게 3톤. 25kg 사료 한 포에 1만원 잡고, 사료값만 1년에 120만원, 2년에 240만원 들었다. 여기에 볏짚값, 약값까지. 이를 보니 송아지값 200만원 +사룟값 240만원 + 볏짚값 40만원 + 약값 20만원. 소 한 마리 원가가 500만원 들었다. 내 친구 내다 팔았다. 700kg × 8000원 = 560만원 받았다. 빚 얻어서 축사 짓고, 2년 동안 아침 저녁 밥 주고 똥 치워가며 일했는데 60만원 남았다. 네 마리 팔았다. 240만원 벌었다. 소 네 마리 팔았는데 손에 이천몇백만원있으니 쥐었으니 기분은 날아갈 것 같다. 함정은 거기에 있다.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고. 여기 나온 수치는 모두 정확한 것이다.

축산농가들 하는 말이 사료가 5천원이면 솟금도 kg당 5천원, 1만원이면 솟금도 1만원은 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맞는다고. 임진왜란(1592년 4월13일) 최초의병 김천일 창의사는 담양부사를 지냈고 고경명 의병장과 추성관에서(현 담양동초교 교문자리) 논의 후 의병 300명을 모아 선봉대로 떠났다. 그 후 고경명 의병장은 옥과, 남원 등 호남의병 6000을(임난 최대 의병) 모아 ‘담양회맹군’을 결성, 김 창의사가 떠난 열흘 후 6월 11일 나라를 지키기 위한 일념으로 추성관에서 북진했다. 담양은 고려시대 백제부흥운동부터 임진왜란, 병자호란, 구한말 의병, 동학농민운동, 일제 강점기 계몽운동, 항일운동 등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독립의 성지’요 ‘회복의 요람’이다.

옷섶에 이름 파고 전장에 뛰어 든 우리지역 의병의 숨결을 되살려 쇠고기 문제로 잃어버린 자존심을 되찾을 때다. 담배를 막았듯 쇠고기를 막자. 청죽의 기상으로 6월 담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