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서 자치단체간의 무한경쟁은 총성 없는 전쟁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각 자치단체는 행정서비스만을 전달하는 입장에서 기업가적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또한 각 지역의 특성을 살려 매력적인 공간 조성하고 도시의 상품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장소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도시 이미지를 고객에게 강력하고 바람직한 연상으로 각인되게끔 도시를 포장하고 홍보하는 도시 브랜드의 역할이 강조 되고 있다.

이번 담양군에서 담양군을 대표 할만한 브랜드 슬로건을 공모하였고 당첨작을 선정 발표하였다. 최우수작은 나오지 않았고 당첨 작이 최종 브랜드가 되는 것은 아니라 전문가들의 심의를 거쳐 군민들의 여러 의견을 들어 군민이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담양군 브랜드를 결정하겠다는 부연설명이 붙어있었다. 그 도시를 단 한 마디로 표현 해 낼 도시브랜드는 너무나 중요한 것이기에 부연설명으로 붙은 결정은 잘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것은 민선 4기 담양군의 브랜드 정책이다. 담양군에는 이미 브랜드가 있었다. 민선 3기 4년 내내 입이 닳도록 써왔던 ‘한국의 죽향, 생태도시 담양’이 그것이다. ‘생태도시 담양’이라는 브랜드는 내부적으로는 상당히 말이 많았지만 외부적으로는 현재까지도 담양을 대표하는 좋은 이미지로 남아 있다. 전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생태도시라는 용어를 담양군이 브랜드화 했다. 현재는 전국 많은 자치단체가 생태도시를 브랜드화 하고 있다. 하지만 생태도시라는 브랜드는 아무 도시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태도시라는 말에 걸맞게 도시환경이 생태적이고 아름답다는 것이 외부사람들에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생태도시라는 브랜드를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자치단체가 거의 대부분이다.

우리 담양군은 다행스럽게도 천혜적으로 아름다운 풍경과 좋은 생태적 환경을 지니고 있어 ‘생태도시 담양’이라는 브랜드에 외부사람으로서 담양에 와본 사람은 누구하나 이의를 제기 하지 않았다. 단지 내부적으로 생태도시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제약 때문에 조금의 불이익을 보는 부동산업자, 공장입주자, 새 주택건립자들 그리고 생태도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일만 많아졌다고 불평하는 일부 공직자들에 의해 부풀어진 유언비어 성 여러 억측 때문에 생태도시라는 단어를 군민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여졌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민선3기 때 생태도시를 표명하고 생태도시정책을 이끌어 냄에 따라 담양을 방문 하는 관광객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에 대해서는 생태도시 정책을 반대하는 자들도 아무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데 민선 4기에 들어서 생태도시라는 단어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대신 그 자리에 ‘살맛나는 담양’이라는 브랜드가 대신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살맛나는 담양’도 좋은 구호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 구호는 내부적인 정책이나 선거구호는 될 지언 정 담양을 표현 해 낼 수 있는 브랜드는 아니었다. 담양을 표현해낼 만한 구체적인 것이 어떤 것도 담겨져 있지 않다.

필자는 민선 4기 초기에 ‘군수에게 바란다.’는 게시판을 통해 ‘살맛나는 생태도시 담양을 위하여’ 라는 제목으로 그 문제점을 분명하게 지적한 바 있다. 그래도 외부적으로 상당한 호평을 받고 외부방문객들에게도 좋은 이미지로 각인된 민선 3기 4년간 담양을 대표한 브랜드를 군민들로 부터 어떤 수렴도 없고 공청회 한 번 없이 사장시키고 말았다. 더 놀라운 것은 민선 4기 집행부가 그 용어에 너무 졸렬하고 예민하게 반응한 많은 흔적들을 알고 있지만 글을 쓰는 이유는 그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만 넘어가고자 한다.

문제는 도시 브랜드의 연속성이다.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느낀 점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든 관광도시는 그 도시자체 브랜드가 짧게는 백년이상 길게는 수 백년을 이어와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이다. 우리처럼 자치단체 단체장이 바뀌었다고 그 단체장 기호에 따라 오랫동안 대표해온 브랜드를 마음대로 바꿀 수도 없고 그런 상황은 상상조차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민선 3기 브랜드가 아무런 절차도 없이 민선 4기에 와서 사장된 것에 대해서는 민선 4기 집행부 책임이 가장 크지만 군 의회 책임 또한 가볍지 않다. 민선 3기 때부터 군 의원을 하신 분들 책임은 더 더욱 크다. 그 분들은 민선 3기 당시 생태도시라는 브랜드에 어떤 이의도 제기 하지 않았다. 그랬다면 민선 4기 때 생태도시브랜드를 사장시켜나가는 데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고 무엇인가 대책을 내놓아야 했다. 생태도시 브랜드를 사장시키고 새로운 브랜드를 펼쳐 나가는데 쓰여 진 예산도 상당했을 텐데 그 어떤 의원도 지적한 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도시브랜드는 어떻게 보면 담양군의 정체성을 외부로 표현 하는 일이다. 그만큼 담양군에게는 중요한 일 중에 하나이다. 군민을 대변하는 기관인 군 의회에서는 담양군브랜드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대책도 내놨어야 했다.

필자는 지금 ‘생태도시 담양’이 좋은 브랜드이지만 우리 담양이 꼭 가져야 할 브랜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조금 늦었지만 민선4기 집행부가 이번 브랜드 슬로건 공모를 했으니 졸속으로 하지 말고 정말 수 백 년 간 담양을 이어 갈 훌륭한 브랜드를 만들어 냈으면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은 집행부에만 맡겨둘 수 없는 일이다. 군민의 대변기관인 군 의회에서도 나서야 한다. 그리고 도시브랜드에 대해서만큼은 단체장이 바뀌었다고 단체장 기호에 따라 마음대로 바꿀 수 없도록 ‘군 조례‘로 제정해야한다. 약간 격은 다르지만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라는 정체성이 대통령이 바뀐다고 마음대로 바뀔 수 있는 것이던가?

마지막으로 내 개인적으로 이번 담양군 브랜드 슬로건에 의견을 내자면 많은 자치단체가 생태도시를 표방함에 따라 ‘생태도시 담양’ 만으로도 담양군을 표현하기는 조금 애매해져 버렸다. 그래서 이번 공모 작 중 우수작인 ‘대숲누리’와 합성하여 ‘대숲누리 생태도시 담양’ 혹은 이 말에 아직은 어감이 조금 어색해 ‘대숲 맑은 생태도시 담양’으로 하면 어떨까 하는 조심스러운 견해를 밝혀본다. /박철홍(영투어여행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