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조용한 곳에서 공부하고 싶다. 제발 조용히 좀 해주세요”
“담양석재 사장님! 맑은 공기 마시며 뛰어 놀고 싶어요”
“청정 지역에 크락샤 웬 말이냐. 소음공해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 무정 면민은 조용히 살고 싶다. 소음 공해 정말 싫다”

담양석재 크락샤 설치 반대 무정면 대책위원회와 무정초교 학생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플래카드에서 절박함이 묻어 난다.

지난 10일 늦더위가 한창인 무정면 담양석재 앞에는 크락샤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진을 치고 원석을 실어 나르는 대형트럭의 통행을 온몸으로 저지하고 있다.(사진)

모자에 ‘크락샤 설치 반대’가 새겨진 머리띠를 둘러맨 주민들은 회사측에서 어둠을 틈타 시위용 의자를 주변 야산과 개울가에 버린 것에 격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민 3명이 부상을 입은 것과 관련, 추후 대책을 논의하는 등 농사일은 뒤로 한 채 삼삼오오 모여 앉아 회사를 강도 높게 성토했다.

또한 주민들은 회사에서 진입로에 물을 뿌리는 행태에 대해서도 “더운데 회사에서 고생한다고 물도 뿌려 준다”며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는 여유까지 부리면서 “내일 부터는 딸기 수확할 때 사용하는 휴대용 의자와 스티로폼을 준비해서 나와야 겠다”고 성난 민심을 표출했다.

특히 주민들은 회사측에서 대화로 풀기 보다는 폭력을 행사하여 3명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도저히 묵과 할 수 없다” 며 “대책위를 중심으로 민의를 수렴하여 재발 방지를 위해 강력하게 대처해 나가야 하며 담양석재의 성의 있는 사과와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회사에서 허가 기간 동안 크락샤를 운영하겠다고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이는 주민들의 여론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결렬됐다” 며 “온몸을 던져서라도 청정 무정을 지켜 나갈 계획이다”고 밝혀 시위가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회사측과 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아스팔트에서 寒가위를 보내야 하는 처지에 직면하게 됐다.

그리고 “회사 측에서 크락샤를 가동하면서 발생하는 비산먼지나 소음 등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오폐수가 인근 하천으로 유입되어 수질 오염이 의심되지만 단속 권한이 있는 행정에서 수수방관하지 말고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행정의 미온적인 행태에 대해서도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않고 여과 없이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생업을 뒤로 한 채 집단 시위를 벌이고 있는 주민들 못지않게 회사 관계자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원석을 수송하는 기사 A모씨는 “오전 7시 출근하여 오후 7시까지 12시간 동안 정신없이 일해서 하루에 18회 운행해야 겨우 손익 분기점을 넘는다” 며 “주민들 못지않게 우리들도 거의 일을 하지 못해 수입이 제로인 상태로 추석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답답하다. 빠른 시일 안에 회사도 살고 주민들도 사는 상생의 해법이 제시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사 B모씨도 “어제는 저녁 10시에 퇴근해서 새벽 3시에 출근, 돌을 옮겼는데 이마저도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차를 세워 놓고 있다” 며 “다른 현장으로 가서 날일이라도 해야지 자식들 얼굴이나 볼 수 있을 것 같다” 며 애꿎은 담배만 연신 피워 댔다.

회사 및 주민 못지않게 장기간의 시위로 지친 이들은 경찰도 마찬가지.
혹시도 모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회사 측과 주민들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는 것을 비롯 집회로 인해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현장에서 상주하며 교통 지도는 물론 몸싸움이 벌어 지지 않도록 폴리스 라인을 구축하는 등 심야 까지 경찰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느라 추석 명절의 기쁨을 누린다는 것은 사치로 여길 정도이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가 장기화 되면서 회사 측과 주민들의 갈등의 골이 깊어 가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다 보니 경찰에서도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설득에 나서는 가하면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았으면 하는 말처럼 추석을 맞아 사태가 해결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시위가 지속되면서 주민들이 지쳐가고 있고 농번기철이 다가와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며 “시위가 폭력성을 띠지 않도록 침묵시위 및 촛불 집회를 여는 등 평화적인 방법을 고수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갈 방침이다”고 향후 대안을 내놓았다.
/정종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