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따, 해도 해도 이렇게 어려울 수가 없당게. 한마디로 징해부러”
“회사는 잘 댕기지? 요즘 가게는 어찌냐?”

추석 민심이 심상치 않았다.

가족과 친지, 친구들끼리 모여 앉은 자리에서는 환란 때보다 더 어렵다는 경제 상황 속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기에 바빴고, 정부의 실정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야당이기에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렵지만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민주당에 대한 쓴 소리도 빠지지 않았다.

서울에서 귀향한 최모씨는 “계속 민주당 후보를 찍어왔지만 그들이 집권한 뒤에도 별로 달라진 걸 느끼지 못했고, 이명박 후보가 경제만큼은 잘할 것이라는 생각에 이명박 후보를 찍었지만 실수를 한 것 같다”며 “(집권한 지)6개월밖에 안됐다며 시간을 더 달라고 하지만 6개월을 되돌아보면 남은 기간이 절망적이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정부 여당, 특히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원색적인 용어를 동원해가며 “뭐 하나 제대로 한 게 있냐. 그나마 잘 한 것이 있다면 양초공장의 재고를 소진할 수 있도록 촛불잔치를 오랜 기간 펼친 것 밖에는...”하며 흥분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살고 있는 김모씨는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교육 정책으로 자식이 학교를 다니는 것인지 학원을 다는 것인지 분간하기가 힘들다”며 “입시 전쟁에 내몰린 학생들도 걱정이지만 학부모 입장에서 도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추석 대목장에서 만난 상인 박모씨는 “나 같은 사람이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모르지만 뭔가 잘못되기는 잘못된 것 같다”며 “그동안 근근이 풀칠은 했지만 요즘은 풀칠하기도 어렵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비난의 화살은 호남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 등 야당에도 겨눠졌다.

주부 이모씨는 “이명박 정부의 잘못은 일일이 열거할 가치조차 없지만 민주당도 잘한 것은 없다”며 “정부·여당이 각종 정책에서 죽을 쑤고 있지만 제1야당이라는 민주당이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한 기억이 없다. 정부가 워낙 잘못하다 보니 민주당의 반대는 이해하지만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발목잡기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고 ‘대안 있는 비판’을 주문했다.

또한 경제나 물가, 소고기, 김정일 와병설 등의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농사를 짓는 A씨는 “올 초 1만원 하던 비료 한 포대 값이 지금은 2만원 정도 하니 할 말 다했다” 면서 “정부는 틈만 나면 영농‘기업화’, ‘규모화’만 운운하는데 정말 농촌의 현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제발 농민들이 원하는 실질적인 지원 정책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해 주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택시를 모는 B씨는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가스를 태워가며 손님을 찾아다니기보다 한 곳에 죽치고 있다가 오는 손님을 태우는 게 돈 버는 길이다”고 푸념했다.

전기 일을 하는 C씨는 “지금은 일거리가 없지만 연말 여러 곳에서 마무리 공사가 진행되면 괜찮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며 “정부가 서민들 생계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번 추석 제사상에 오른 소고기를 놓고도 말들이 많았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 직접 잡은 한우를 맛 본 D씨는 “역시 맛은 미국산 소고기가 우리 한우를 따라 올 수 없다”며 “그러나 일반 시민들이 시중에서 한우를 먹을 경우 가격이 워낙 비싸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이 같은 가격에서 한우 소비촉진 운동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유통 단계를 줄이는 등 정부정책 차원에서 한우 가격을 낮추는 데 노력해 한다”고 말했다.

김정일 와병설과 관련된 얘기들도 오갔다.
회사원 F씨는 “김정일이 사망했을 경우에는 우리나라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정부의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북한의 폐쇄성을 고려한다 해도 한국의 입장과 향후 대책 정도는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거창하게 통일까지는 얘기하지 않는다 해도 경제와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 정도는 진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종교와 관련해 청와대가 불교계의 입장을 받아들여 어청수 경찰청장을 경질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자영업에 종사하는 G씨는 “불교계의 경찰청장 경질 요구를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자칫 국론이 분열될 수 있는 조짐이 보인다. 일각에서는 일부 종교 관계자들이 불교계를 일컬어 ‘대통령이 기독교 장로인데 당연히 기독교 편향일 수밖에 없지 않는냐’ 등의 위험한 발언을 하는 등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조기에 불교계의 입장을 받아 들여 불교인들의 성난 민심을 식혀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정부나 정치권이 서민들이 잘살 수 있도록 지원도 해주고 정책개발도 서둘러야 한다” 며 “특히 여야를 떠나 정치인들이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이 아닌 근본적인 서민 생계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정종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