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산 벼가 알곡 등숙기에 태풍과 잦은 비로 인해 수확량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조사돼 농민들의 주름살이 더욱 깊게 패일 전망이다.(사진 위=태풍과 잦은 비로 쓰러진 벼논)

통계청과 농정당국의 금년산 벼 작황조사에 따르면, 전년에 비해 올해는 전국적으로 평균 약 10-15%가량 쌀 수확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하지만 담양지역의 경우, 상황이 이보다 더 심각한 실정으로 실제 체감되는 수확량 감소는 20-30%대를 넘나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로인해 수확의 기쁨을 누려야 할 요즘, 황금들녘과 벼 매입 현장에서 만나는 농민들의 표정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으며 수매농가에 제값을 쳐주지 못하는 농협 미곡처리장(RPC) 관계자들 역시 어두운 표정이 쉬이 걷히지 않고 있다.

올해산 벼 수확량이 이처럼 크게 감소한 것은 8월말-9월초에 들이닥친 태풍 ‘곤파스’ 가 들녘을 휩쓸고 간데다 잦은 국지성 집중호우 등으로 쭉정이가 많이 생기고 일조량 부족으로 벼가 잘 여물지 못한 탓으로 진단되고 있다.(사진 아래=알곡이 채 여물지 못한 벼 이삭들...)

들녘에서 만난 무정면 한 농민은 “올해 벼농사 4단지를 지었는데 작년에 비해 수확량이 한단지나 줄었다” 며 “수확량이 준 것도 문제지만 미질도 좋지 않을 것으로 보여 수매등급을 제대로 받을 수나 있을 지 걱정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금성면의 한 농가에서도 “누렇게 익은 벼를 보면 언뜻 잘 된 농사 같았는데 막상 탈곡해보니 지난해 보다 수확량이 20% 가까이 덜 나왔다” 며 “농자재와 비료대, 작업비는 해마다 오르고 있는 반면 쌀값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올해는 수확량마저 크게 줄어 내년 농사 짓기가 겁이난다”고 하소연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역에서 생산된 올해산 벼의 특등품과 1등품 비율이 크게 줄고 2-3등품, 등외품이 상대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동안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던 쌀값이 더욱 떨어지면서 농민들은 ‘수확.미질.가격’ 하락 등으로 사상 유례없는 ‘3중고’를 겪을 전망이다.

이와관련 한 농정관계자는 “지역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는 벼논 한마지기(150평 기준)당 평균 40㎏포대(조곡)가 8개 이상 나왔는데 올해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5포대 수확도 어려운 형편인 것 같다.” 며 “수확한 벼가 수분도 많고 수율도 좋지 않아 건조할 경우 최고 50%까지 감량도 예상된다” 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산 벼를 도정하는 미곡처리장과 정미소에 따르면, 통상 75%선인 도정수율이 올해산 벼의 경우 65%에서 60%선까지 떨어지고 있어 이같은 상황을 뒷받침 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벼 수확량이 크게 감소할 경우, 시장논리상 상대적으로 쌀값은 올라야 맞지만, 올해의 경우 수확량도 줄고 미질도 떨어지는 상황에서 쌀 가격까지 더 하락하게 되면 올해 벼농사를 지은 농가들은 거의 파산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해 재고미를 풀거나 지역농협들의 자체 수매가가 낮게 책정될 경우 농민들의 고통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어서 담양군을 비롯한 농정당국과 농협의 쌀 농가 보호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장광호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