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박모(25세.여)씨는 얼마 전 과제준비를 위해 복지 관련 정부 정책자료를 찾다가 애를 먹었다. ‘드림스타트’, ‘마더세이프’, ‘행복e음’, ‘보육바우처’ 등 난해한 정책용어 때문이다.

이 씨는 “무슨 의미인지를 찾아보느라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며 “군민을 위한 정책들이라는데 정작 국민들이 무슨 말인지도 모른다는 게 말이 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요즘 외래어나 출처를 알 수 없는 신조 행정용어가 적지 않아 민원인들이 의미를 몰라 곤란을 겪는 사례가 다발하고 있는 가운데 전남도가 행정용어를 쉬운말로 바꾸기 위한 작업에 착수키로 해 관심이 모아진다.

이는 전남도를 비롯한 일선 시.군의 행정용어가 쉬운 우리말 대신 민원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외래어나 국정불명의 정책용어를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이와 관련 박준영 도지사는 “모든 도정은 도민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정책에 대한 도민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행정용어도 도민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개선해 사용토록 하라”고 지시했다.

박 지사는 최근 열린 정례조회에서 “미국의 한 연구소에서 신문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독자의 눈높이에 맞게 제작해야 한다는 연구 발표가 있었다”며 “도정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학원은 나와야 알 수 있을 만한 용어를 쓰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박 지사는 또 “현재 정부 정책 상당수가 영어로 돼 있고 아파트 이름은 국민도 외국인도 모르는 국적 불명의 영어가 사용되고 심지어 농민이 사용하는 농약이름은 대학을 나와도 무슨 용도인지 알 수 없는 어려운 영어로 돼 있다”며 “전남도가 앞장서 어려운 행정용어를 우리말로 쉽게 바꿔 사용함으로써 도민 이해도를 높이는 수요자 중심의 행정을 펼치자”고 덧붙였다.

앞으로 전남도는 행정서식 용어, 각종 표지판, 알림판 글, 법령 조문, 행정전문용어 등 중점 개선대상 분야별 개선안을 선정해 개선하고, 인터넷 등 각종 도민참여 창구를 통해 도민 참여도 적극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지난해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정부기관의 어려운 용어로 인한 국민과 공무원의 불편을 비용으로 환산한 낭비 비용은 각각 118억원과 51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나 정부기관의 행정편의주의적 태도에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만 증가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 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