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시･군･구 통합기준이 조만간 공표될 예정인 가운데 도뿐 아니라 통합이 거론되는 도내 지방자치단체 간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란 전망이다.

대통령 직속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에 따르면 최근 열린 시도 관계관회의에서 인구 등 7개 기준이 담긴 ‘시군 통합기준 도출(안)’을 제시하고 시도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추진위는 아울러 이달 중 시･군･구 통합기준을 확정한 후 11월까지 해당 시･군으로부터 통합건의서를 받아 내년 6월까지 통합기본계획을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추진위가 제시한 통합기준은 ▲생활경제권(통근･통학) ▲역사･문화적 동질성(시･군청 동일구역･행정구역 분리) ▲지리적 여건 및 지역의 특수성(시군 지형 유형) ▲발전가능성(공간계획･지역경쟁력) ▲인구 ▲면적 ▲재정력 등 7개 분야다.

한편 추진위가 제시한 7개 기준에 따르면 전남지역 대부분의 지자체가 통합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재정력 기준으로 제시한 ‘5년간 지방세 수입 인건비 미해결’을 적용할 경우 2011년 기준으로 목포, 여수, 순천, 광양, 영암, 화순을 제외한 16개 시군 모두가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기준의 세부지표인 시단위 ‘15만명 이하 지역’, 군단위 ‘3년간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최소 인구가 3만3000명 이하인 지역’을 적용할 경우에도 지난해말 기준 인구가 9만1540명인 나주시를 비롯한 곡성군(3만2290명), 구례군(2만7565명) 등 도내 시군 상당수가 통합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를 본격화하자 목포･여수･순천･광양 등 전남도 거점 도시들은 통합 논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인접 시･군은 속도를 내고 있는 통합 논의에 경계심을 표명하는 등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더욱이 통합 중심이 되는 지자체와 통합 대상이 되는 지자체간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 같은 정부 계획이 얼마나 추진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반면 전남도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지방의 위상과 역할 강화, 자주 재정권 부여 등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 후 논의해야 한다며 개편논의 자체를 경계하고 있다.

이처럼 도가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개편추진위에서 도의 지위 및 기능을 재정립하는 등 개편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다, 거대 통합시 출범에 따른 위상 축소가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전남도 관계자는 “도는 넓은 면적과 적은 인구 등으로 통합이 사실상 어렵다”면서 행정체제를 개편하면서 획일적 기준을 강요하기보다 각 지역의 고유 특성 및 주민 자율성에 바탕을 두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1896년에 골격이 형성된 지금의 지방행정체제는 산업화, 정보화 등 급속하게 변화된 생활환경으로 주민불편, 업무중복 등의 문제가 발생, 정치권과 학계 등으로부터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 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