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출신으로 미국과 중국에서 33년간 소아과 전문의와 대학교수로 활동한 바 있는 정우남(68세)씨가 최근 현역을 은퇴한 뒤 의료 소외지역인 전남의 한 외딴 섬의 수호천사로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1969년 전남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휴스턴 등지에서 소아과 전문의로 활동해 온 정씨는 5년전부터 중국과학기술대학 의무실장 겸 간호대 협력교수로 재임하며 조선족자치구가 있는 중국 엔벤(延邊)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해오다 지난해 은퇴한 뒤 귀국했다.

영어교사 출신인 부인과 함께 의미있는 노후생활을 고민하던 정씨는 인생의 황혼기를 어려운 이웃에 대한 봉사로 채우기로 하고, 고심 끝에 낙도 의료봉사를 결정하게 됐다.

정씨의 일터는 광주에서 자동차로 3시간 달린 뒤 배로 1시간을 더 가야 도착하는 완도군 노화도. 거리로만 160km에 이르는 외딴 섬으로, 아이들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아플때면 병원에 가기 위해 수시간씩 고통을 참아야 하는 의료 사각지대이기도 하다.

정씨는 오는 10월부터 전남도 ‘행복의원 1호’로 명명된 노화읍 보건지소에서 노화읍과 보길면, 소안면 등 3개 섬지역 주민, 특히 2000여명의 소아과 환자를 대상으로 고국에서의 첫 진료에 나서게 된다.

또한 정씨의 부인인 박성자(61세)씨는 중학교 영어교사로 근무한 경험을 살려 섬지역 어린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계획이다.

한편 박준영 도지사는 지난 16일 완도 노화읍에서 은퇴의사로 근무하게 될 정씨에게 ‘행복의원 1호’ 현판을 전달하며 “섬지역 주민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위대한 결정을 해준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경의를 표했다.

행복의원은 은퇴 의사를 활용해 의료 사각지대인 섬지역 주민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남도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행한 특수시책사업.

전남도 관계자는 "도서지역 진료를 위해 은퇴의사를 섭외해 왔으나 쉽지 않았다"면서 "미국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정씨가 섬에서 여생을 보내겠다고 결단해 성사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전남도로부터 숙소와 도서지역에서 생활이 가능한 최소 생활비 등을 지원받지만 월급은 받지 않는다. / 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