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농촌을 떠나 마을 어르신들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핵가족화와 그에 따른 가족해체가 가속화 되면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지만 막상 마을의 규범이 되고 존경받던 노인분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담양의 대표적인 전원마을인 양각리 1구 시산부락 신임 노인회장에 박창근(90세) 옹이 취임했다.

양각리 1구 노인회는 지난 7일 임시총회를 열고 임기를 마친 임재만 전임 회장에 이어 4년동안 노인회를 이끌 신임 회장으로 박창근 前부회장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내 나이가 올해 90인데 아직은 힘이 젊은이들 못지 않아. 남은 인생 힘 닿는데까지 노인회를 위해 열심히 뛰어 다닐거야.”

90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카랑카랑하고 당당한 목소리에 녹아있는 자신감이 왠지 모를 신뢰감을 줬다.

이내 취재차 들른 박 옹의 자택에 보관된 각종 표창이며 상패들이 기자의 시야에 들어 왔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6.25참전 대통령 유공자 증서.

박 옹은 잠시 당시의 회상에 젖은 듯 “천상 농사를 짓고 살았는데 내 나이 28살되던 해에 6.25가 터졌어. 고향 마을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고 전투에 나섰지.”라며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이어 “당시 함께 싸우던 선배 동료들 대부분이 이미 세상을 등졌지만 공산당에 맞서 나라와 고향 마을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당시의 절박했던 상황은 지금도 결코 잊을 수 없어.” 이내 박 옹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

양각리 터줏대감인 박 옹은 슬하에 2남1녀를 뒀고 담양군청 경제과 박기호 과장이 차남이다. / 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