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했던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됐다.
4·11총선을 앞두고 여야간 뜨거운 감자가 됐던 담양·곡성·구례 선거구가 공중분해됐다.

국회는 지난달 27일 본회의를 열어 19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299석에서 300석으로 늘리고 선거구 통폐합 대상으로 담양·곡성·구례와 경남 남해·하동을 결정했다.

이번 통폐합 결정에 따라 담양은 장성·영광·함평 지역구로, 곡성은 순천 지역구로, 구례는 광양 지역구로 합쳐진다.

이날 오후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그동안 선거구 사수를 위해 동분서주했던 각 예비후보들과 지역 정치권은 분노와 함께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담양ㆍ곡성ㆍ구례 선거구는 이 지역 주민들은 물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박준영 전남지사, 이낙연 민주통합당 전남도당위원장, 김효석 국회의원 등이 모두 존치를 주장했다.

농촌지역구를 없애는데 대해 이처럼 반발 여론이 확산되자 지역구가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으나 결국 허망하게 사라지게 되자 모두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었다.

담양·곡성·구례 선거구 공중분해 사실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지역민들은 “인구수가 적다는 이유로 농촌 선거구가 없어지면 누가 어려운 농촌을 대변해 줄 수 있겠냐”며 “정치권이 제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정치적 신의를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행태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더욱이 이곳 선거구는 민주통합당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지역인 터라 당에 대한 배신감으로 일부 지역민들의 투표거부운동 조짐마저 감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선거구 사수와 지역민 표심공략 등 이중고를 겪으며 어렵게 선거운동을 펼쳐왔던 예비후보들도 즉각적인 거취표명을 하고 나섰다.

여론조사 1위를 달리던 국창근 예비후보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민주통합당 탈당과 함께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국 예비후보는 “최근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선거구 획정문제와 당의 공천과정을 지켜보면서 더 이상 정치를 계속할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민선 2,3기 곡성군수를 지낸 고현석 예비후보도 불출마를 선언하며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지만 공약으로 내세웠던 장수문화산업벨트 조성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면서 지역을 위해 헌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개호 예비후보 역시 이날 성명서를 통해 “지역구 강탈이나 다름없는 강자의 횡포에 울분과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이개호 후보는 “선거구 획정에 있어 반칙과 특권으로 결국 약자인 농어촌을 짓밟는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하며 불출마를 선언한 다른 후보들에게도 위로를 표한다”면서 “사실상 정상적인 경선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모든 예비후보들에 대해 공정한 심사를 통해 후보가 결정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한때 담양·장성·영광·함평 선거구 출마를 놓고 고심했으나 결국 지지자들의 뜻을 받들어 출마를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담양·곡성·구례 지역구를 나눠 갖게 될 인근 다른 지역구는 후보별로 편입대상 지역에 대한 지지표를 가늠하느라 더욱 분주해진 모습이다.

해당 지역구에서는 벌써부터 새로 편입되는 지역의 표 성향을 분석하고 벌써 편입지역에서 우세를 보였던 예비후보들에게 접근해 자신의 지지표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 지고 있다.
/ 총선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