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3대 산성 중 하나인 금성산성(사적 제353호)에서 전통 무예를 수련하며 산성 지킴이 역할을 해온 동자암 주지 청산스님(법랍 33년, 세수 52세)이 지난달 29일 광주의 한 병원에서 입적했다.

금성면이 고향인 청산스님은 지난 2004년 부인인 보리스님(46)과 세 자녀인 황룡(20), 청룡(14), 구봉스님(14·여)을 이끌고 내성 가까운 곳에 기도도량인 조그만 암자를 마련, 이후 10여년간 고구려시대 호국승군 무예를 연마하며 산성을 가꿔왔다.

청산스님은 생전에 삼국시대 때 축조된 이후 임진왜란 때 호남의 군사요충지이자 승군들이 활약했던 '호국의 성지' 금성산성을 지키고 담양을 지키면 자신도 빛난다는 말을 자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산스님 가족들은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예불을 드린 뒤 성곽을 돌며 주변을 청소하고 겨울이면 쌓인 눈을 털어내는 한편 등산객들이 몰리는 시간이면 산성의 유래를 설명하는 해설사 역할을 자청하는 등 금성산성 지킴이 역할을 해왔다.

특히 등산객들을 대상으로 전통 승군무예 시범을 벌이며 산성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아울러 동자암은 등산객들이 산행하다 지나는 길에 무료로 전통차를 마시며 쉬어가는 쉼터 역할도 했다.

한편 청산스님은 고혈압과 신부전증, 폐질환 등으로 투병하면서도 수련과 금성산성 해맞이 행사 등 활동을 계속하다가 한 달 전부터 건강이 악화돼 유명을 달리한 것으로 알려졌다./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