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어길수록 칭찬받는 이상한 정책" 담양군의 행정을 총괄하는 담양군청 청사. 지난해 5월을 기준으로 이곳에는 7세대 15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기간 담주리 87번지에 소재한 담양읍사무소에도 8세대 13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것으로 주민등록에 등재되어 있다.

지난해 8월 31일 담양인구 5만이 무너졌다. 주민들은 통계에 시큰둥했다. 이유는 ‘5만 붕괴’가 나오기 전 이미 체감인구는 5만을 훨씬 밑돌았기 때문이다.
고육지책으로 郡에서는 애향심에 호소하는 ‘고향사랑 주소 제자리 찾기 운동’이라는 시책을 마련하고 공무원들을 앞세웠다.
고향사랑 차원에서 연말까지 인구 5만을 유지하기 위해 기관과 기업체 임직원에 대해 주소 이전을 독려하고 공직자와 가족들에 대해서도 주소 이전에 적극적이고 솔선하는 자세를 주문한 것이다.
공무원 K씨는 “인구늘리기 시책이 하달되면 영업사원들 영업실적 올리듯 해야 하지만 이제는 담양으로 주소를 옮겨달라고 부탁할 친척도 없다”며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실제 郡에서 마련한 ‘고향사랑 주소 제자리 찾기 운동’ 추진방침은 △공직자 1인당 1명 이상 주소 제자리 찾기 추진 △담당별 실적관리로 조직원간 공동체의식과 책임감 부여 △성과에 대한 과감한 혜택 부여 등이다.
또한 공직자와 그 가족을 ‘필연적 이주대상’으로 규정하고 실적관리와 실적평가에 대해서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郡의 의욕적 추진과 철저한 관리에도 불구하고 이름만 옮기는 주소이전에는 위법성이 존재한다. ‘주소 제자리 찾기 운동’이라는 미명하에 실제로는 공무원들에게 불법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현행 주민등록법은 군수 등 단체장은 주민등록상 신고내용이 사실과 다른 경우 그 사실을 조사할 수 있으며 사실과 다른 것을 확인한 때에는 신고의무자에게 사실대로 신고할 것을 최고나 공고하여야 한다. 단체장은 또 신고의무자가 이를 어길시 확인한 사실에 의해 주민등록을 강제하거나 의무적으로 직권말소 시켜야 한다.
현 상황을 법리로만 해석할 경우 법을 철저히 준수하고 주민들에게도 준법을 계도해야 할 郡이 오히려 불법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고 주민등록 업무를 맡고 있는 담당자들은 하나같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실제 거주는 하지 않으면서 주소만 옮겨 놓은 사람들 역시 현행법상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郡은 처음부터 실현가능성 없는 ‘담양으로의 회귀’는 포기한 채 공무원들을 상대로 시상금, 유럽연수, 특별승진 등의 혜택을 내걸며 ‘전입’을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하지만 작년 11월1일~12월 30일까지 2개월간 실시했던 ‘고향사랑 주소 제자리 찾기’는 결과적으로 별 소득이 없었다.
2006년 8월 49986명으로 붕괴된 5만은 그 해 12월 50332명으로 346명이 늘기는 했으나 1년 전 같은 때에 비하면 오히려 32명이 감소한 것이다.
전출에 비해 전입은 135명이 많으나 사망은 출생에 비해 168명이 많다. 증가요인은 8904명이나 감소는 8936명이다.

군은 ‘인구5만’을 지자체 존립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인구늘리기에 사활을 걸었지만 결과는 미미한 채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만 예상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를 뒷받침하듯 2005년도에 실시한 인구센서스 결과만 보더라도 주민등록상 인구수와 실제거주 인구수와는 무려 7000명 가까운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해 5월 19일을 기준으로 군청에서 기거하고 있는 주민이 7세대 15명이고 담양읍사무소를 주소지로 기거하고 있는 주민도 8세대 13명에 이르는 등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군청이나 읍사무소가 난민수용소도 아닐진데 이곳에서 난민 아닌 난민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사람들인지 알 수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주민들의 반응도 각양각색이다.
주민 노 모(42)씨는 “공무원들이라도 이렇게 전입하지 않으면 인구유지는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말한다.
또 다른 주민 최 모(38)씨는 “주소만 옮겨 놓으면 뭐하나, 담양에서 거주해야 옳은 것이지 껍데기만 갖다놓는 인구늘리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 하는 등 반응이 엇갈린다.
공무원들의 의견도 다양하나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눠져 있다.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이 더 나은 환경을 택하듯 나 또한 그러하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이동이 원활해야 하는데 인구정책으로 얽매어 있다.”며 ‘헌법상 권리’를 주장하는 그룹과

“공복으로서 절제력이 있어야 한다. 담양에 살면서 함께 고민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무원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 등 애향심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인구늘리기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다. 강제성을 띠지 않고 인구감소의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것이다”며 당면 문제 해결에 비중을 두었다.
또 “이러한 운동이 처음 전개되는 것은 아니며 개인이 유치한 전입실적은 전입 후 1년간 지속여부를 가리는 등 사후관리책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2개월 동안의 ‘고향사랑 주소 제자리 찾기’운동. 실정법 위반의 문제점과 허수로 자리잡고 있는 인구가 언제까지 효력을 발휘할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郡은 지난 1일 전입실적이 좋은 4개 면에 대해 상사업비로 총 5천만 원을 지급하고 4개 부서에 대해서는 총 120만 원의 시상금을 부여했다.

/ 서영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