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된 2일 이후 처음 열린 7일 새벽 담양읍 우시장.

협상과정을 숨죽이고 지켜보며 속을 태웠던 관내 한우 농가들의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이 이날 우시장에 나온 농민들은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이 현실화 되자 탄식과 함께 걱정의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 같은 영세농가는 비육하고 있는 소를 내다 팔 때 사료 값도 못 건져 대부분 빚더미에 올라앉을 판인데 FTA까지 겹쳐 이젠 살길이 막막하네.”

“IMF 시절 송아지가격이 30만원까지 하락했었는데 그 때처럼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면서 “우시장에서는 최대 50만원까지 소값이 떨어졌지만 팔려는 사람은 많은 반면 사려는 사람들이 없어 매매성사도 잘 안된다”고 우려했다.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소 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소를 갖고 있는 사람은 얼른 팔려고 하고 있고 구매하려는 사람은 더 내려가기를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동안 한우 가격이 너무 높게 형성되어 불안 불안했는데 우려했던 것이 막상 현실로 나타나니 막막 하구만. 정부에서 올해 대선도 있고 내년 총선도 있는데 대책을 내놓겠지. 안 그런가?”

한미 FTA 체결 이후 어려움에 처한 축산농의 현실을 알아보기 위해 우시장을 찾은 박종원 의원에게 축산농들의 하소연도 이어진다.

“박종원 의원, 내 말 좀 들어봐. 이 정도 송아지가 지난달만 해도 내놓기가 무섭게 팔려갔는데 대숲맑은한우로 등록한 송아지들도 1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해도 축산농가들이 시큰둥한 반응만 보이고 모두 관망세만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여”

“박 의원. 큰소는 계통 출하를 통해 유통되어 현재 가격 하락이 미미한 편인데 미국산 소고기가 수입되면 이마저도 안심 할수 없는 처지이다. 의회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

이처럼 축산농민들의 우려가 현실화 되듯 우시장은 팔려는 사람은 많은 반면 사려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로 인해 가격이 하향세를 지속하고 있다.

실제 확인해보니 최근 들어 가격하락세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었다.
한달 전 7일 우시장이 열렸던 당시 송아지 5두가 출장해 210만원에 건래 된 반면 이날 7일장에는 9마리의 송아지가 나와 암송아지 250만원, 수송아지는 205만원에 거래됐는데 개인간 거래보다는 축협에서 위탁사육하기 위해 전량 수매해 축산농들의 불안 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수송아지의 가격 등락은 가격이 높았을 때와 비교해 볼 경우 평균 20만원이 떨어진 것이며 암송아지는 최대 55만원 정도 차이가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직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나? 오직 농가들의 불안 심리 때문이다.

지난달 국제무역사무국의 광우병 예비평가 결과가 나온 뒤 뼈 있는 소고기도 수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면서 가격 하락이 시작됐다.

이런 가운데 FTA협상이 타결되면서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사육농가들이 무더기로 내놓는 이른바 ‘홍수출하’가 우려돼 한우시장이 혼란스러워 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암소 1만2000두, 수소 8000여 등 총 2만여마리의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담양의 경우 올 초 까지만 해도 한우 가격이 높게 형성되면서 사육두수가 꾸준히 증가해 향후 홍수 출하로 인한 타격은 더욱 심각할 전망이다.

지난 2003년 이후 3년 넘게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수입이 재개될 경우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섣불리 판단하기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이들 농가들은 고급육을 사육할 경우 충분히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 홍수, 조기출하로 미국산 쇠고기에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고유 시장이 형성된 한우는 고급육을 사육할 경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만큼 농가들이 불안심리에 의해 홍수·조기출하를 하지 말고 제 때 출하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축협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 자체가 농가들의 사육심리를 위축시켜 조기·홍수출하의 위기로 연결된다”면서 “농가들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육을 하고 고급육을 사육할 경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사료가격이 올라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FTA협상까지 타결돼 사육농가들에 심리적으로 많은 동요가 있기 때문에 산지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것”이라며 “품질을 인정받아 경쟁력을 키운다면 미국산 소고기에 절대 뒤쳐지지 않고 한우가 소비자들에게 귀한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정종대 記者